[김나연의 KPOP 칼럼] K-POP 아나바다

유행과 트렌드에 예민한 KPOP의 '블리치' 유행

대한민국의 아이돌 산업은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또 해당 산업의 규모가 크지 않아 유행이 돌기 쉬운 환경이며, 또 유행이 적극적으로 퍼진다. 이 칼럼에서는 KPOP의 아나바다에 관해 설명하겠다.

 

'브릿지' 머리를 아는가? ('브릿지'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으로, '블리치(bleach)'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머리카락 전체가 아닌 일부만 탈색 혹은 염색을 하는 것으로, 90년대에 유행한 머리이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2020년에 '블리치' 머리가 재유행을 하고 있다. '블리치' 머리의 재유행을 시작한 것이 누구라고 말하기 어려우니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블리치'를 선보인 앨범의 발매 순서대로 제시하겠다.

 

 

먼저 NCT 127을 소개한다. NCT 127은 2020년 3월 6일, <NCT #127 Neo Zone>으로 컴백하였다. 타이틀 곡 "영웅"의 뮤직비디오 속 NCT 127의 멤버 마크에게서 우리는 '블리치'를 찾아볼 수 있다. 마크는 음원 발매 전 공개된 컨셉 포토부터 뮤직비디오, 활동을 끝낼 때까지 '블리치'를 유지했다. 

 

 

해외에서는 잉글랜드 출신 팝가수 두아리파가 있다. 2020년 3월 27일 <Future Nostalgia>로 컴백한 두아리파는 해당 앨범의 표지 속에서 '브릿지' 머리를 하고 있다.

 

 

2020년 5월 26일 몬스타엑스가 <FANTASIA X>로 컴백하였고, 이번에도 역시 타이틀곡 "FANTASIA"의 뮤직비디오부터 형원은 '블리치' 머리로 활동을 마쳤다. 머리 전체적으로, 또 군데군데 탈색하는 것이 아니라 앞머리만을 탈색한 두아리파식 '블리치'의 유행을 KPOP에 가져왔다고 할 수 있겠다.


 

 

이어 블랙핑크가 6월 26일 <How You Like That>으로 컴백을 하였다. 컨셉 포토에서도, "How You Like That"의 뮤직비디오에서도, 활동 기간에도 제니는 '블리치'를 하고 있었다. 

 

 

2020년 9월 21일, 더보이즈가 <CHASE>로 컴백했다. 더보이즈의 멤버 뉴와 에릭도 컨셉 포토, 뮤직비디오, 활동 모두 '블리치'였다. 이제 이 '블리치'를 예로 들며 KPOP의 아나바다를 설명하겠다. 먼저 아나바다는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의 준말이다.

 

무엇을 어떻게 아껴 쓸까? '블리치'가 기획자의 마음에 든다고 해도, 모든 멤버들에게 적용하지 않고 아껴 쓴다. 이걸 아껴 쓴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겠지만 멤버 전원이 '블리치'를 했다면 오히려 지루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블리치'를 한 멤버에게 독특성을 부여하기 위해 아껴 쓴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나누어 쓸까? 칼럼 도입부에서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의 규모가 크지 않아 유행이 잘 돈다고 했다. 그 이유가 서로 잘 나누어 쓰기 때문이다. A그룹이 B그룹의 스타일링이나 콘셉트 등에서 영감을 받거나 모방할 수 있고 그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하지 않는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누구의 것이라고 할 것 없이 나누어 쓴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 쓸까? 나눠쓰는 것과 같은 결이다.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상호적, 교차적으로 나누어 쓰기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곧 바꿔 쓰기가 되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다시 쓸까? 90년대 유행하던 '블리치'를 20년에 다시 쓰는 것, 과거에 선보였던 스타일링이나 콘셉트를 다시 끌어와서 쓰는 것을 다시 쓰기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KPOP 아나바다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아이돌이 무대에서 입기에 적절한 옷과 무대에 적절한 머리와 화장은 한정적인 데다 산업의 규모 또한 작기 때문에 향후 몇 년간 이러한 현상은 지속할 것이다. 앞으로 서로가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무대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기를 바라며 칼럼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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