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의 인문학 칼럼] 두려움, 극복하지 마세요

두려움과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

사람은 살면서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두려움 앞에서 나 자신이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두려움이란 마치 쇠사슬 같아서 사람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 두려움을 고소 공포증, 물 공포증, 폐소 공포증 등등 ‘00 공포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너무 쉽게 극복하라고 이야기한다. 두려움과 공포, 꼭 극복해야만 할까?

 

 

내 대답은 ‘아니오’다. 두려움과 공포는 무작정 극복하겠다고 정면승부를 봐서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무작정 맞닥뜨려서 해결될 두려움이었다면 공포증이라는 이름도 붙지 않았을 거다. 두려움은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려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도 다양하다. 그저 어느 현상이나 대상에 대한 나의 부정적 생각이 두려움을 불러올 수도 있고, 트라우마가 원인일 수도 있다. 게다가 두려움은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 질환을 불러올 수도, 오히려 자극제가 되어 사람을 성장시킬 수도 있다. 원인도 다양하고 결과도 다양한 감정인 두려움은 일차원적 접근으론 해결할 수 없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정해라. 내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받아들여 보길 바란다. 하나의 감정으로서 말이다. 그리고 슬퍼서 울고, 기뻐서 웃는 것처럼 두려울 때 해야 할 행동에 대해 천천히 고민해보자. 하지만 두렵다는 이유로 그 대상을 피하면 안 된다. 피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어려운 과제가 있다. 그 과제를 완벽하게 할 자신이 없고 점수를 제대로 못 받을까 봐 두려움을 느낀다고 할 때, 그 과제를 미루기만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마감기한에 가까워질수록 두려움이 배가 될 것이다. 그럼, 이제 인정해보자. 인정하면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한다. 완벽하게 할 자신이 없어서 두렵다면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완벽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혹은 난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자신감 갖기. 이 둘 중 하나를 실천하고 나면 두려움이라는 실상은 곧 사라지게 된다.

 

두려움은 사실 그렇게 무시무시하지 않다. 내 안의 두려움을 인정하면 실제 그 크기가 보이게 된다. 두려움은 곧 내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있다. 커다란 벽 같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맞서 싸운다는 생각보단 내 안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 크기를 줄이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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