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기의 문학 칼럼] 로버트 브라우닝과 산업혁명 : 그는 어떻게 사회를 작품에 반영했는가

로버트 브라우닝의 '나의 전처 공작부인' (My Last Dutchess)을 중심으로 한 작품 탐구

'단 1분의 성공은 몇 년 동안의 실패를 보상한다.'1 학업에 지쳐 몇 주간 절망에 빠져 있던 나에게 번뜩 정신을 차르게 해준 명언이다. 이는 영국의 대표 시인이자 빅토리아시대의 영시 문화를 이끌어나갔던 인물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했던 말이다. 평소 찰스 디킨스를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같은 시대, 심지어 같은 년도에 태어난 또 다른 문학가인 로버트 브라우닝은 나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고, 기존에 영미 소설을 제외한 영시는 공부해본 적이 없던 터라 한 번쯤은 다루어보고 싶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늘은 로버트 브라우닝의 대표작품 '나의 전처 공작부인' (My Last Dutchess)를 중심으로 그의 작품세계와 빅토리아시대에 관해 얘기해보려 한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 로버트 브라우닝이 살았던 당시 사람들이 흔히 영국을 칭하던 별명이다. 1837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새로운 통치자로 나타났던 시기인 빅토리아 시대는 이러한 별명에 걸맞게 결코 해가 지지 않는, 항상 산업으로 인해 분주하고 복잡했던 때였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차 발명과 동시에 평범한 모직 옷감 산업을 세계 최초로 공장화로 끌어내며 세계산업의 시발점이 되었던 영국은 산업적인 면에서는 그 누구보다 뛰어났지만, 이런 급격한 변화로 인해 여러 사회문제의 발생은 불가피했다. 공장을 운영하는 자본가와 그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는 새로운 계급의 개념이 등장하였고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런던으로 모여들며 빈부격차와 도시 과밀현상, 치안 문제 등등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노동력을 수탈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며 일반 평민들 또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사회적 모순과 문제점들에 반응했던 지식인들이 있었으니, 이들이 바로 빅토리아시조 문학가이다. 이들은 각자의 고유한 방법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때론 함축적이게, 때론 직설적이게 그들의 작품에 표현했다. 그렇다면, 로버트 브라우닝은 그의 작품에서 어떻게 이러한 사회현상을 반영했을까?

 

그의 대표 작품 '나의 전처 공작부인' (My Last Dutchess)은 화자인 공작이 벽에 걸려있는 자신의 전 부인의 초상화를 보며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독백을 이어나가는 시이다. 여기서 그는 아내에 대한 불만 사항을 표출한다. 그 첫 번째는 바로 그녀가 자신의 뺨에 있는 홍조를 공작 이외의 다른 남자들에게도 보였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이 부인에게 선물을 주었을 때와 다른 남자가 부인에게 선물을 주었을 때 똑같이 감사해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시 마지막 부분에는 자신의 결혼 지참금에 관한 요구를 들어달라며 본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 이 시의 화자인 공작이 상당히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전처가 마치 나쁜 사람인 것처럼 표현하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그가 아내에 대한 신뢰보단 의심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모든 미소가 멈추었다는 대목을 통해서도 아마 아내가 이미 죽거나, 혹은 더 행복하지 않도록 만들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로버트 브라우닝은 이성적이지 않은 화자를 내세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진 않지만 혼자서 주절주절 얘기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이를 의식한 듯한 느낌을 주는 극적 독백의 기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그전까지는 그 어떤 작가도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표현법이었고, 인간의 내면 세계를 극적이고 정확하게 표현하기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또한, 작가가 아닌 작품 속의 화자가 직접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어서 독자가 화자의 이야기에 설득되지 않고 그 속에 있는 위선과 문제점을 찾아내야 했다. 이러한 새롭고 혁신적인 기법을 통해 브라우닝은 당시 남성중심적이고 위선적이었던 결혼 풍습과 사람들의 비도덕성을 풍자했다. 가부장적 성향을 띈 남성들이 여성들을 어떻게 억압했고, 여성들은 그에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회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문학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현대인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며 교훈을 준다. 로버트 브라우닝 또한 사회변화의 과도기를 겪었던 시기를 살아가며 인간성에 대한 고찰을 멈추지 않았다. 너무 바삐 살아가는 요즘, 그의 작품을 통해 인간성 혹은 도덕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떠할까?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https://url.kr/9Ts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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