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빈의 영화 칼럼] 천주정, 하늘에 흐르는 운명

하늘에 흐르는 운명, ’천주정’.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는 뜻이다. 이번에는 중국의 영화 <천주정>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 영화는 지아 장커 감독이 중국에서 일어난 이슈들을 바탕으로 창작한 영화이다. 폭력을 통해 극심한 빈부격차를 고발하고 있기에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영화 속 범죄들의 기저에는 부패한 자본주의라는 원인이 공통적으로 깔려있다. 이 영화는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지금은 ‘따하이’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따하이 마을의 촌장과 부동산업자는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이익을 취해온다. 전용기와 아우디 A6까지 장만한 그들, 이것은 그들의 부를 상징한다. 따하이는 촌장과 부동산업자를 고발하고자 하였지만, 사람들은 시골 마을의 광부인 그를 무시한다. 결국 그는 장총을 들고 부패와 연관된 마을 사람들을 살해한다. ‘따하이’는 ‘후원 하이’라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실제 후원 하이는 2001년 10월 26일 마을 사람들 14명을 쏘아죽이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2002년 1월 25일 후원하이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영화는 강렬한 오프닝과 함께 시작된다. 한 남성이 본인에게 강도질을 시도한 젊은이 3명을 살해한 후 가던 길에, 토마토 트럭이 쓰러져 있다. 주변에 토마토는 한가득 흩뿌려져 있고 그 곁에 따하이만이 오토바이에 걸터앉은 채로 트럭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거대한 트럭과 따하이의 오토바이. 트럭이 무너져있는 것은 중국의 타락한 물질만능주의를 의미한다. 양껏 자기들의 이익만 채우던 촌장과 부동산업자처럼, 이기적인 이들이 욕심을 부리다 못해 쓰러져있는 것 같아 보인다. 거대 사회와 따하이 개인 간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듯한 이 장면은 누워있는 트럭, 부패한 사회 체제는 몰락하고 수는 적지만 정직한 따하이가 끝까지 승리해낼 것이라는 암시이다. 넘어진 트럭으로 인해 널브러져 있는 토마토는 부와 재산을 의미한다. 따하이가 토마토 하나를 주워 한 입 먹으러 하자마자 근처에서 폭발음이 들린다. 순간 놀라는 따하이의 모습처럼 따하이가 권력자들의 부와 재산에 손을 대려는 순간 심상치 않은 일이 폭발할 것 임을 예상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는 상징성이 강한 동물이 등장한다. 우선 따하이를 상징하는 동물인 말이 나타난다. 따하이의 정의가 실현되기 이전에 따하이가 지나가다 마주하는 말은 주인에게 심한 채찍질을 당하고 있다. 말은 맞으며 발버둥을 치고 걸으려 하지만 수레는 나아가지 않는다. 정의를 위해 노력하여도 철저히 무시당하고 권력을 지닌 자들에게 폭력까지 당하는 당시 따하이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후, 따하이가 총을 들고 부정한 인물들을 처치하던 과정에서 따하이는 말을 채찍질하던 주인까지 총으로 쏘아 살해한다. 따하이의 총알로 인해 한순간에 자유가 된 말은 그제서야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억압에서 풀려나 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말의 곁에 뜬금없이 성직자들이 나타난다. 이 또한 감독이 ‘구원’이라는 의미를 의도하여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하나의 에피소드 속에서도 수많은 상징과 읽을거리가 있는 영화이다. 이 작품이 중국에서의 실화들을 바탕으로 창작된 영화라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약자들의 입지가 얼마나 줄어들고 그들의 의견이 얼마나 묵살당했기에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단순한 범죄 사건으로 치부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이 일탈 행동들을 통해 현재 중국 사회의 문제점을 직면하고 파고들어야 한다. 이 영화가 중국 영화이기에 이렇게 강조되는 것이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또한 일탈 행위들을 무조건 절대 악으로 판단하며 어정쩡하게 넘겨서는 안 된다. 사정 있는 범죄가 합리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사건들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무엇을 통해 이 사회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약자들이 무력을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할 만큼 그들을 몰아붙인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날카롭게 바라보아야 한다. 천주정은 없다는 것, 하늘 아래 정해져 있는 운명은 없다는 것을 보장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 고발적인 영화들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이 조금씩 깨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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