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규의 시사칼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우리는 모든 것이 거래의 대상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적 가치가 도덕적 가치를 넘어서고, 온갖 미덕이 돈으로 환산되는 그런 시대 말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의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시장과 정의, 도덕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이것들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2달러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그 2달러를 받기 위해 책을 읽을 테지만, 독서의 목적은 오로지 경제적 이익이 되어버린다. 그 순간 독서는 본질의 목적에서 한참 벗어난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최대의 효용’을 근거 삼아 도덕에 ‘거래’를 부여하는 시장 논리를 옹호하지만, 우리 삶 속엔 이러한 시장 논리가 적용되지 말아야 할 영역들이 명백히 존재한다.

 

물질만능주의와 지나친 시장화가 야기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운운하고, 수 십년간 일본 정부의 반인륜적 범죄 행위에 대한 인정과 사죄만을 바라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10억 엔 합의금'을 운운하는 이들에게 도덕과 윤리의식이란 무엇일까? 이들에게 '돈'은 도덕과 윤리, 시민의식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가치인가?

 

"뇌물이 아이들의 도덕 교육을 변질시켜 감사의 미덕을 배우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감사 카드를 쓰게 하려고 뇌물을 주는 방법은 단시간에 감사 카드의 수를 증가시킬지는 몰라도, 아이들에게 해당 재화에 대한 잘못된 가치부여 방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결국 실패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성장과 효율만을 따질 순 없다. 도덕과 윤리를 저버리고 돈으로서 모든 것을 해결지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고있는 영향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무심코 '효용의 극대화'라는 근거에 매혹돼 공적 영역에 거래를 부여하는 행위를 옹호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때이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