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의 수의학 칼럼 6] 반려동물이 죽으면 땅에 묻으면 되나요?

동물장묘업

우리 집에는 8살 반려견과 최근 보호소에서 입양한 1살 반려견이 있다. 가끔 강아지들의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참 가슴이 먹먹해진다반려동물은 예뻐서 사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반려동물에게 보호자는 세상의 전부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지만 반려동물의 입양을 결정하면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을 생각해보면 반려동물 장례는 당연히 겪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죽을 경우 그 사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국에 합법적인 동물장묘시설이 20여 개 있지만, 장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렵고 불법 동물장례식장의 허위정보와 과장 광고도 많다. 그래서 장묘시설을 찾기보다는 죽음이 임박해서 동물병원에 의존하게 되고, 때론 반려동물 사체를 땅에 묻기도 한다.

 

2013년 한국소비원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장례비율은 30% 미만으로 조사되었다. 이 통계의 의미는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반려인의 비율이 낮다는 증거이다. 반려동물인구가 천만에 이르고 펫산업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반려동물 문화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재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생활폐기물 혹은 의료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발생한 경우는 의료폐기물, 그 외의 장소에서 발생한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보호자 개인이 처리할 경우에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동물 사체가 폐기물관리법상 생활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생활 쓰레기인 동물의 사체를 임의로 매장하거나 소각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보고, 죽어서도 사람처럼 장례를 치르는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이에 대한 반감이 커져 왔다. 생활폐기물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데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장묘시설이 활성화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동물장묘업의 활성화는 생명존중이 기초가 되어야 하는 사회 윤리적 문제와 사체처리와 관련한 엄격한 환경적 기준, 주민 기피 시설에 대한 분쟁조정의 문제가 고려되어야 하는 종합적인 영역이다. 엄격한 시설기준을 마련하여 장기적으로 동물보호와 반려인의 정서안정, 환경보호를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동물장묘업이 운영되도록 법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반려동물 사망 시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정보와 동물장례 방법에 대한 자세한 안내도 필요하다.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은 동물장묘업 등록 사업장에서 처리되는 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했고, 폐기물처리시설 기준을 준수해야 했던 동물장묘시설의 설치기준도 완화하여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른 승인기준을 따르도록 했다중앙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의 공공 동물장묘시설이 설립되면 반려동물의 장례문화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반려인이라면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의 차이도 존중해야 한다. 비반려인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장례시설의 디자인이 필요하고, 동물장묘시설의 필요성에 대한 반려인과 비반려인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이해의 노력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의 증가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동물등록제는 반려동물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이다. 하지만 현행 동물등록제의 여러 가지 문제점 중 하나는 사망한 개체에 대한 동물등록 말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지난 국회토론회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고, 동물등록된 개체가 사망할 경우,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발급한 사망진단서와 동물장묘업체에서 발급한 화장확인서를 제출하는 것을 건의했다. 동물의 등록, 말소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해서 사회적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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