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변화의 물결을 타고 급속히 흐르는 우리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흔히들 변화를 두려워한다. 한 번 배에 오르면 다시 물결에 몸을 맡기고 뛰어내릴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 배가 낭떠러지를 향한다는 걸 직감을 통해 알게 되더라도 더욱 손에 힘을 주고 배의 난간을 움켜쥘 뿐이다. 이런 선택은 정의된 인간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일단 이 배에 탄 이상 마지막까지 애써봐야지!" “나는 이 배와 함께 가라앉을 생각이 없습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쪽이 더 용기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가?’ 라는 질문은 의미도 없다. 나머지 하나는 비겁하고 약삭빠른 인간이라 비난받기 딱 좋기 때문이다. 일관성 있는 삶과 변화하는 삶.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포기할 것인가. 위의 대사는 파라노이아형 인간과 스키조프레니아형 인간을 의미한다. 파라노이아형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에 집착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열을 올린다. 인생에서 우발적인 변화나 기회가 나타날 때, 기회와 변화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축적해온 과거의 정체성과 들어맞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반면 스키조프레니아형 인간은 고정적인 정체성에 속박되지 않는다. 자신의 미의식이나 직감이 움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학생들은 또다시수행 준비에 돌입한다.학교의색깔이 어떻게 변했는지 미처 눈 돌릴 시간도 없이.선생님들은 교실에 들어와 "ㅇ월ㅇ일 논술 준비해라."라는 말씀을 남기고 떠나신다. 그렇게 학급 캘린더에 수행이 차곡차곡 쓰여진다.그렇게 밀려닥치던 수행 평가들 중,학교에 있는 식물들을 조사하는 생명과학 수행이 있었다.다소 특이한 수행평가에, 차라리 논술을 보는 게낫겠다며 불평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특별한 수행으로 인해 학생들의생활 패턴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쉬는시간, 점심시간에 휴대폰만 보고 있던 학생들이 모두 학교 명상의 숲에 나와 만개한 꽃들을 관찰하게 되었다. 다양한 꽃과 나무, 그리고 잔디들을 눈에 듬뿍 담고는 향긋한 냄새가 아직도 코에 맴도는 듯 기분 좋게 수업을 들었다. 그래서 요 며칠간 학교 명상의 숲은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복작거렸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도 백일홍은고상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꽃이 만개한 10월, 그리고 수행의 달 10월. 지친 학생들에게 꽃과 함께할 여유를 주시려던 생명과학 선생님의 마음이 선선한 바람과 함께 뭉클하게 느껴졌다. 받을 수에 행할 행 한자를 쓴다는 수행. 그러나 수
지난 10월 14일, 연예인 설리씨가 사망했다. 최근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며 대중의 관심을 받던 그녀이기에, 사람들의 충격은 매우 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동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바로 악성 댓글이었다. 대중은 반성했다. 그리고 어느 때와 같이 행동했다. 설리 인스타 댓글 중 악플을 찾아내 곱절로 돌려주었다. 당신이 설리를 죽인 거’라며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그래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악플을 악플로 돌려주는, 그들 나름의 권선징악은 우리가 아직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악성 댓글로 인한 연예인의 죽음을 잠시의 반성과 마녀사냥으로 넘기기에는 언젠가 또 고통받을 피해자가 그려진다. 네이버는 지난 4월부터 모바일 웹 첫 화면에서 뉴스와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빼는 개혁을 단행했고, 인신공격 등을 차단하기 위한 댓글 관리 정책도 이미 실시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악플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포털 사이트의 정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시민의식의 성장이 해결책이다. 자극적인 보도로 마녀사냥을 유도했던 언론과 매체를 되돌아 봐야 하고, 그
제주도 주상절리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다. 자연이라는 조각가의 작품이기에, 사색에 잠길 가치가 충분하다. 주상절리에서 나는 세찬 물살을 안는 한 사람을 보았다. 차디찬 파도가 자신을 깎아지를수록 그는 더욱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이것이 바로 주상절리가 바다를 맞이하는 법이다.
지난 7월 24일, 대신고등학교 체육관에서열린제2회 창의 연극제가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날 2학년 1반은 ‘사건파일: 2019’라는 제목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들을 비판하고, 또 우리 모두 칼 없이도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생각 없이 하는 행동, 말 등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메인 작가김태림학생은 “이 작품이 작은 희망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 스토리상의 반전과 학생들의 풋풋한 연기로 흥미진진한 무대를 이어갔다. 또한 2학년 2반은 ‘응답하라 십팔청춘’이라는 제목으로 그때 그 시절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 온 ‘채울이’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며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대신고 2학년 학생들은 이번 연극제를 위해 지난 4월부터 뮤지컬 수업을 수강했다. 그러나사실 이 뮤지컬 수업에학생들이 처음부터 진지하게임한 것은아니었다.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악보를 보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으며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낯선 수업에 학생들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수업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악보를 보지 못하는 친구들을
데이트 폭력은, 어른들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남자친구에게 옷차림을 심하게 간섭받던, 이성 친구와의 관계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남자친구와 장난치다 그랬다며 내게 멍을 보여주던 친구가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신의 연인이 조금 더 간섭하고, 완력 행사를 하며 질투 많지만 절대 자신에게 손을 댈 사람은 아니라 믿는 사람들에게 이 기사를 올린다. 데이트 폭력이란 미혼의 연인 사이에서 나타나는 폭력이나 위협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폭력’이라 하면 자신과 멀리 떨어진 개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데이트폭력은 실제로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의식하지 않았을 뿐 우리 스스로도 이미 데이트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일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은 성적인 폭력 뿐 아니라 과한 통제, 감시, 폭언, 협박, 폭행, 상해, 갈취, 감금, 납치, 살인미수 등 복합적인 범죄로 나타난다. 또한 폭력적인 행위를 암시하면서 정신적인 압박을 가하여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처럼 비물리적인 행위도 포함된다. 이런 데이트 폭력은 사적인 문제로 생각하여 가볍게 넘어가는 인식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므로 사소한 증상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지역의 과도한 사교육과 학교의 피라미드식 구조를 비판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올해 초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열풍은 금세 사그라들지 않는다. 여러 패러디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으며 극중 ‘예서’가 사용하던 1인 독서실 책상은 ‘예서 책상’이라는 새로운 별명에 힘입어 완판 신화를 기록 하기도 했다. 드라마 하나가 우리의 삶 깊숙이에 들어와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실로 놀라운 영향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표면적인 잠시의 유행일 뿐이다. 드라마를 온전히 즐기려는 자, 이제는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대답할 차례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10대는 어느 때보다 생각이 많고, 또 많아야 하는 시기다.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자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가야 할 지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기를 강요받는다. 입시 경쟁 속에서 스스로가 누군지도 모른 채 쉼 없이 달려야 승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새 지나친 무언가가 있을 거란 사실은 모두들 알지만, 뒤 돌아 볼 엄두는 나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학생 때는 공부만 해.”
‘나도 저 별들처럼’ 지난 3월 30일, 극단 오아시스가 여주 세종국악당에서 ‘나도 저 별들처럼’이라는 주제로 콘서트를 열었다. 본인들이 느낀 행복을 나누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렸했다는 그들은 ‘굿뉴스코 해외 봉사단’ 활동을 하고 돌아온 학생이다. 어설프고 맞지 않는 군무에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 건, 공연하며 보인 그들의 진정 행복해 보이는 웃음덕분 아니었을까. 오프닝 공연이 끝나자 즉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들의 취지는 그때부터 이미 성공이었다. 그곳에선 아카펠라, 아프리카 부족의 전통 춤, 뮤지컬, 강연 등을 볼 수 있었다. 전공자도 아닌 일반인들이 ‘행복 나눔’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연습해왔을 과정을 생각해보면, 그 속에는 공연 그 이상의 값진 메시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대를 이루고 관중석을 채운 사람들 모두 그 메시지를 보았을 것이다. 모두가 감동받았다. 15기 피지 해외봉사를 다녀온 이혜윤 단원의 강연이 인상 깊다.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갑작스레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일주일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으나 동생의 골수를 이식받고 5년의 투병생활을 한 끝에 그녀는 백혈병을 완치할 수 있었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