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수행의 달, 10월에 만난 백일홍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또다시 수행 준비에 돌입한다. 학교의 색깔이 어떻게 변했는지 미처 눈 돌릴 시간도 없이. 선생님들은 교실에 들어와 "ㅇ월ㅇ일 논술 준비해라."라는 말씀을 남기고 떠나신다. 그렇게  학급 캘린더에 수행이 차곡차곡 쓰여진다. 그렇게 밀려닥치던 수행 평가들 중, 학교에 있는 식물들을 조사하는 생명과학 수행이 있었다. 다소 특이한 수행평가에, 차라리 논술을 보는 게 낫겠다며 불평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특별한 수행으로 인해 학생들의 생활 패턴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쉬는시간, 점심시간에 휴대폰만 보고 있던 학생들이 모두 학교 명상의 숲에 나와 만개한 꽃들을 관찰하게 되었다. 다양한 꽃과 나무, 그리고 잔디들을 눈에 듬뿍 담고는 향긋한 냄새가 아직도 코에 맴도는 듯 기분 좋게 수업을 들었다. 그래서 요 며칠간 학교 명상의 숲은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복작거렸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도 백일홍은 고상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꽃이 만개한 10월, 그리고 수행의 달 10월. 지친 학생들에게 꽃과 함께할 여유를 주시려던 생명과학 선생님의 마음이 선선한 바람과 함께 뭉클하게 느껴졌다.

 

받을 수에 행할 행 한자를 쓴다는 수행. 그러나 수행평가 확대에 따라 학생들의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달달 외워 잠시 쓰고 끝나버리는 수행 대신 이렇게 학생들의 가슴 속 무언가를 남기는 뜻깊은 수행을 실시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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