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대신 고등학교에서 뮤지컬 연극제를?

학교 체육관에 핀 감동과 웃음의 현장

지난 7월 24일, 대신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창의 연극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날 2학년 1반은 ‘사건파일: 2019’라는 제목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들을 비판하고, 또 우리 모두 칼 없이도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생각 없이 하는 행동, 말 등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메인 작가 김태림 학생은 “이 작품이 작은 희망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 스토리상의 반전과 학생들의 풋풋한 연기로 흥미진진한 무대를 이어갔다. 또한 2학년 2반은 ‘응답하라 십팔청춘’이라는 제목으로 그때 그 시절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 온 ‘채울이’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며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대신고 2학년 학생들은 이번 연극제를 위해 지난 4월부터 뮤지컬 수업을 수강했다. 그러나 사실 이 뮤지컬 수업에 학생들이 처음부터 진지하게 임한 것은 아니었다.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악보를 보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으며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낯선 수업에 학생들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수업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악보를 보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몇몇 친구들이 나서서 한 명 한 명 지도해주었으며, 똘똘 뭉쳐 공연을 만들어나가다 보니 이제 더 춤을 추고 몸을 움직이는 데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학생은 없었다. 직접 느끼는 학생들 스스로의 변화에, ‘인문계에서 웬 연극제냐’는 반응 또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연극제가 끝난 후 뮤지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얻은 것을 돌이켜보았다.

 

먼저 뮤지컬 수업은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이로 인해 뮤지컬 수업에서만큼은 반장, 공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끼 있는 사람, 뮤지컬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끌어갔다. 리더십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준으로 리더가 될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로 반 친구들과 함께 뮤지컬 작품을 제작하고 또 연습하며 협력하는 관계가 구축되었다. 춤에 재능을 가진 친구는 그렇지 않은 친구에게 도움을 주고, 또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는 그렇지 않은 친구에게 다가가 목소리로 음계 하나하나를 짚어주었다. 대본을 쓰면서도, 무대 소품을 제작하면서도 협력과 도움의 관계는 허물어지지 않았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한 학급 학생들 전체의 손길이 닿는 것을 보고 협력의 참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적극성을 얻었다. 학생들은 뜨거운 여름, 땀을 흘리면서도 하나가 되어 연습을 열심히 하였다. 무대의 결과가 대입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학생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만든 ‘우리’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나 있지 않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은 감동을 주었다.

 

 

공연을 끝낸 학생들은 한 번으로 끝내기 아쉽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시민회관을 빌려 무료 공연을 하자’는 염원 섞인 농담도 들렸다. 연극제를 관람한 학부모님들은 “아이를 대신고로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뒤쳐지는 아이 하나 없이 한 명 한 명 끼가 넘치는 모습에 놀랐다. 학생들 스스로 무대를 즐기는듯한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신고 2학년 학생들이 4월 초부터 한 학기 동안 뮤지컬 선생님의 지도 아래 직접 기획, 연출, 제작한 작품들이기에 학생들은 더욱 애정을 가졌다. 가시질 않는 여운에 2학년 건물에서는 서로 잘했다는 격려의 말들이 오갔다.

 

이번 제2회 대신 창의 연극제는 학생들에게 즐거웠던 학창 시절의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이 외에도 작은 고등학교의 성공적인 연극제가 시사하는 바는 깊다. 공부도, 동아리 활동도 모두 대입에 맞추어 계산적으로 살아가는 요즘 학생들이 대입과는 거리가 먼 연극제를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는 점. 무언가를 수행하지 않으면 점수를 깎겠다는 협박적 점수 매기기 없이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학생들은 주체적 인간의 면모를 배웠으며 결과를 통해 대가를 바란다거나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직 순수하게 즐기기 위한 노력을 보였다. 결과 중심 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배움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연극제는 그 이상의 의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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