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언론과 언론인의 이미지는 썩 좋지 못하다. 이제는 흔해진, ‘기레기’라는 합성어가 심한 욕설과 함께 인터넷 뉴스 댓글창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아직 어린 학생들도 스마트폰으로 정보의 물결을 접한 뒤 과장보도, 허위보도, 언론비리를 향한 비판을 거리낌없이 말하고 있다. 견고하게 굳어진 언론계의 폐단에는 변화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기자를 꿈꾸는 이들은 ‘나름의 열정과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현실에 부딪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적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의 평론에는 이런 글이 올라와 있다. '한국은 왜 이런 영화를 못 만들까? 이런 언론인들이 없으니까!' 수많은 저널리즘 장르의영화들 중에서도 특히 손꼽히는 이 시대의 명작, <스포트라이트>는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 팀이 맡은 실제 사건의 취재 일화를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팀을 구성하는 네 기자들은 각각의 시선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연루되었던 변호사 등을 추적하는데, 이 과정에 따라 긴 시간 은폐되었던 끔찍한 스캔들을 널리 알린다. 시청자의 쾌감을 위해 자극적으로 극대화하여 포장한 권선징악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S·팍스)’ 제도, 미국의 ‘지역 파트너십’ 제도, 독일의 ‘생활동반자관계’ 제도. 이처럼 해외 각국은 함께 살면서 서로 부양하는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을 생활동반자로 부르고, 배우자에 준하는 대우를 하는 생활동반자법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제도권 안에 포용하고 있다. 반면 현행 대한민국 민법에서는 가족을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만으로 규정하기에 많은 동거인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이를 보장하는 법 제도의 부재로 일명 ‘정상가족’ 외 가족에 대한 권리가 전혀 발현되지 못하고 불평등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도 생활동반자법을 만들자는 움직임은 있었으나 기존의 가족 제도를 위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 탓에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동반자가 당장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도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해줄 수 없다. 환자의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대신 수술 후유증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도 없다. 동반자를 위해 장례 휴가를 쓸 수 없고, 자의적이고 민주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재산에 대한
우리의 집단주의적 특성은 사회 현상 속에서 쉽게 발견되고, 대부분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국채보상운동은 IMF 위기가 닥치자 금모으기 운동으로 맥을 이어 우리 경제를 살렸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나 미군 장갑차 사고 비판, 대통령 하야 요구 등 다양한 대의 실현을 위해 수많은 한국인들이 광장에 다함께 모여 촛불을 들었다. 이렇게 애국주의적이고 대세주의적인 집단주의는 현재 일본 불매 운동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집단주의는 우리의 언어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은 ‘우리’라는 표현을 즐겨 쓰며, ‘나’를 의미하는 경우에도 ‘우리’를 흔히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이 개인을 규정하는 것을 과연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사람들로 하여금 ‘나는 빈칸이다’ 라는 문장을 완성하게 하면 우리나라 같은 집단주의 문화권의 사람들은 ‘나는 학생이다’, ‘나는 딸이다’와 같이 거의 자동적으로 집단을 통해 자신을 규정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개인주의 문화권 사람들이 ‘나는 성실하다’, ‘나는 창의적이다’ 같은 문장들을 먼저 완성해 보이며 내적 특성을 통해 자신을 규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홉스테드는 전 세계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여행은 첵랍콕 국제공항에서 시작되었다. 처음 들이쉰 타국의 공기는 뜨거웠고 낯설었으며 또 짜릿했다. 초보 홍콩 여행객들이 으레 따라가는 동선대로 우리 가족도 무난한 3박 4일을 보냈다. ‘토이 스토리’ 구역에서 대기 시간이 가장 긴 롤러코스터를 탔고, 페리를 타고 가 사람이 구름 떼처럼 바글바글한 마카오 길거리에 서서 에그 타르트를 맛봤고, 베네치아 호텔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어지러운 금빛 카지노를 내려다보았다. 세계 3대 야경으로 손꼽힌다지만 고층 건물에서 쏘아 올리는 불빛들에 사실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오히려 늦은 밤 엄마와 함께 찾은 숙소 근처 드럭 스토어나 편의점 수박 주스가 더 선명한 인상으로 남았다. 집에 돌아오니 내게는 뮤지컬 한 편을 본 듯 눈에 아른거리는 디즈니 퍼레이드의 화려한 잔상과 값비싼 미키 마우스 시계 그리고 비첸향 육포 한 봉지가 남아 있었다. 고작 열한 살이던 나에게 그 여행의 이유는 단순했다. 가족과함께 하는즐거운 추억, 그리고 그간 배운 영어 회화 표현을 써먹어 보는 것. 홍콩 이후로도 방콕의 수상 시장과 강릉의 에디슨 박물관, 수학여행 일정 중 방문한 대만 현지 고등학교처럼 새로운
20세기에서 21세기, 겨우 백 년이 지났을 뿐인데 세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정보화 시대가 시작되었고 풍족한 재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불과 몇 십년만에 기적적인 성장을 이룩했지만 과정은 극히 힘들었고, 그 속에서 고난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문학이 발달했다. 이와 비슷한 중국의 맥락에서 위화의<허삼관 매혈기>는 과거 정치와 문화 속 하위 계층 인간의 인생 서사를 펼쳐나간다.이 책은 비록 허구적인 이야기이지만 하나의 '르포르타주'이다. 21세기 사람들, 특히 가까운 한국인에게 위화는 20세기의 기록을, 그의 기억을 건넸다. 무능력하고 어리석은 인물 허삼관은 전형적인 중국인의 얼굴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또 이 책은 한 자락 긴 민요라고도 말했다. 무지함과 부족한 형편으로 고초를 겪으나 부성애를 포함한 가장 인간적인 삶의 단면을 보이는, 소설의 제목처럼 피를 팔아 가족의 생계를연명해나가는주인공 허삼관으로부터 독자는 연민을 느끼고, 중국인과의 심적 거리를 좁히게 된다. 때문에 아프고 힘들었던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 작품이 선대와 현대 사이, 그리고 한국과 중국 사이 하나의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해준다. 실제로
“한국은 하나의 독립국으로써 자신만의 언어를 소중히 다루고 있습니다.”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2010년 10월 25일자 방영분인 ‘완중 씨의 페루 외교일지’ 중 기자 회견을 하는 알렌 가르시아 당시 페루 대통령의 발언을 번역한 자막이다. 과연 올바른 문장일까? 언뜻 보기에는 맞는 것 같지만 사실 문법 현상의 오류가 발생했다. 격조사 중에서도 부사격 조사에는 수혜격 조사, 원천격 조사, 비교격 조사, 방향격 조사, 인용격 조사, 동반격 조사 등 굉장히 많은 종류가 있어 저마다 다른 의미로 서술어를 한정한다. ‘-(으)로써’의 경우 어떤 일의 재료나 수단, 도구를 나타내는 기구격 조사이고, ‘-(으)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는 자격격 조사이다. 여기서는 ‘독립국’이라는 지위나 자격을 나타내므로 ‘로서’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국립국어원은 국민에게 직접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가나다전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방송이 나간 2010년 한 해 동안의 전화 상담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질문한 내용 5위에 ‘로서/로써’가 올라 쉽게 혼동되는 어문 규정임을 입증했다. 비슷한 사례로는 각각 1위와 13위에
최근 '공유경제'가 혁신의 아이콘이자 논란의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공유경제'란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여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유경제' 개념을 활용한 수익 모델으로는 '우버'로 대표되는 자동차업과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숙박업이 있으며, 초기 비용과 진입 장벽이 낮아 그 분야를 급속도로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도 '카카오카풀'을 시작으로 '공유경제'의 하나인 카풀 사업이 등장했다. '공유경제' 사업은 소비 감소를 통해 자원 낭비 및 환경 오염을 방지하여 사회의 효율성을 증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 감소가 큰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위기감을 느낀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중단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분신까지 불사해 안타까움을 산 바 있다. 그러나 출퇴근 시와 심야시간대의 승차난 해소, 이동선택권의 확장, 택시보다 싼 교통요금 등 카풀 서비스는 시민 편의와 공익에 부합한다. 직장인 최대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카풀 규제의 바람직한 형태를 묻자 직장인 약 6,000명 중 24시간 전면 허용이 56%, 출퇴근 시간만 한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