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승연의 시사·문화 칼럼] 가장 낮은 곳에서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들

영화 <스포트라이트>

 

 

 

대한민국에서 언론과 언론인의 이미지는 썩 좋지 못하다. 이제는 흔해진, ‘기레기’라는 합성어가 심한 욕설과 함께 인터넷 뉴스 댓글창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아직 어린 학생들도 스마트폰으로 정보의 물결을 접한 뒤 과장보도, 허위보도, 언론비리를 향한 비판을 거리낌없이 말하고 있다. 견고하게 굳어진 언론계의 폐단에는 변화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기자를 꿈꾸는 이들은 ‘나름의 열정과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현실에 부딪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적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의 평론에는 이런 글이 올라와 있다. '한국은 왜 이런 영화를 못 만들까? 이런 언론인들이 없으니까!' 수많은 저널리즘 장르의 영화들 중에서도 특히 손꼽히는 이 시대의 명작, <스포트라이트>는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 팀이 맡은 실제 사건의 취재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팀을 구성하는 네 기자들은 각각의 시선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연루되었던 변호사 등을 추적하는데, 이 과정에 따라 긴 시간 은폐되었던 끔찍한 스캔들을 널리 알린다. 시청자의 쾌감을 위해 자극적으로 극대화하여 포장한 권선징악이 드러나기보다 어렵고도 섬세한 협동 과정을 통해 잔잔한 전율을 안기는 매력이 있다.

 

영화 속에서 새로 부임한 편집장 마티는 첫날부터 기자 회의에서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이라는, 묻혀있던 주제를 화두에 꺼낸다. 보스턴 지역 특성상 대부분 기자들은 늘 그래왔듯 교회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를 꺼린다. 그럼에도 스포트라이트 팀은 다른 취재 건을 미뤄가면서까지 이를 수락하고 집요하게 파헤쳐나간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화려한 연예계의 거대한 이면을 보여준 ‘버닝썬’ 문제를 최초 보도한 SBS 강경윤 기자가 떠올랐다. 클럽 내 성폭력 사건임을 넘어 무수한 유착 관계가 얽혀있었듯, 기자의 일은 이처럼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던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리는 것 이상이다. 미시적인 사건과 숫자 그 자체가 아닌, 권력과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겠다는 뚝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필자는 앞으로의 기자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현재 일부 종사자들은 홍보성 기사를 쓸 때면 회의감을 느끼고, 또한 사내 비전이 부재해 미래가 없다고들 말한다. 우리 현실에서 <스포트라이트>처럼 정의롭고 참된 기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여 막막함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기자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다른 직종보다도 현실에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기자는 권력과 정반대에 서 있기에 가난하고 고된 직업이다. 이 점을 인정하면서 현 언론계의 잘못을 바로잡고, 정보가 범람하는 지금 시대에 걸맞도록 기자의 역량을 키우고, 이를 토대로 국민적 인식 변화를 유도해 언론에 대한 든든한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기자의 숙제이다.

 

(참고 자료 출처 : https://blog.naver.com/eub0403/22139164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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