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승연의 시사·문화 칼럼] 올바른 국어 사용 문화,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

 

 

“한국은 하나의 독립국으로써 자신만의 언어를 소중히 다루고 있습니다.”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2010년 10월 25일자 방영분인 ‘완중 씨의 페루 외교일지’ 중 기자 회견을 하는 알렌 가르시아 당시 페루 대통령의 발언을 번역한 자막이다. 과연 올바른 문장일까?

 

언뜻 보기에는 맞는 것 같지만 사실 문법 현상의 오류가 발생했다. 격조사 중에서도 부사격 조사에는 수혜격 조사, 원천격 조사, 비교격 조사, 방향격 조사, 인용격 조사, 동반격 조사 등 굉장히 많은 종류가 있어 저마다 다른 의미로 서술어를 한정한다. ‘-(으)로써’의 경우 어떤 일의 재료나 수단, 도구를 나타내는 기구격 조사이고, ‘-(으)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는 자격격 조사이다. 여기서는 ‘독립국’이라는 지위나 자격을 나타내므로 ‘로서’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국립국어원은 국민에게 직접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가나다전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방송이 나간 2010년 한 해 동안의 전화 상담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질문한 내용 5위에 ‘로서/로써’가 올라 쉽게 혼동되는 어문 규정임을 입증했다. 비슷한 사례로는 각각 1위와 13위에 오른 ‘에요/예요’, ‘므로/ㅁ으로’ 등이 있다. 문장이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에 따라 적절한 형태를 골라 써야 하는데, 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맞춤법 오류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알아보고자 온라인 설문지 양식을 이용해 경기외국어고등학교 학생 총 55명을 조사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을 제시한 다음 이러한 어문 규정이 쉽게 혼동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지선다형 응답을 받은 결과, ‘교육 부족’을 이유로 선택한 사람이 30.9%로 가장 많았고, 2순위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만연해진 문법 오류’가 27.3%, ‘개인의 관심 부족 및 독서 부족’ 23.6%, ‘국어 어문 규정의 어려움’ 18.2% 순이었다.

 

 

결론적으로 각각 1순위와 2순위인 교육 부족, 인터넷 보급의 주요 요인들이 결합되어 어문 규정이 자주 혼동되고 쉽게 오류가 생기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스마트폰의 보급이 아동, 청소년 연령층에까지 이뤄지자 학생들 사이에 SNS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널리 퍼지면서, 빠르고 쉬운 방식의 글을 쓰다가 맞춤법을 틀리거나 또는 맞춤법을 일부러 틀리게 쓰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아직 맞춤법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이들, 특히 어린이들이 오류를 포함한 맞춤법을 보고 습득하고, 콘텐츠를 재생산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 수업 과정에서 맞춤법에 대한 중요성이 비교적 강조되지 않고, 세부적인 부분까지 교육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오개념을 정정할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과적으로는 의사소통 문제가 더욱 빈번히 발생할 것이고, 이는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새로운 문자를 만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목적을 훼손하는 일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첫째, 주입식 교육, 오직 시험만을 위한 국어 규정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들이 맞춤법에 관심을 갖도록 돕는 교육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어문 규정 관련 공익 광고와 캠페인, 공모전 등을 확대해 국민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UCC, 웹드라마, 웹툰같이 접근성 높은 수단을 이용해 국민이 자연스럽게 어문 규정을 확립하도록 도울 수 있다.

 

개인의 노력 역시 중요하다. 설문에서 ‘개인의 관심 부족 및 독서 부족’, 그리고 ‘국어 어문 규정의 어려움’을 혼동 이유로 선택한 비율은 총 41.8%로 결코 적지 않았다. 우리말 규정을 어렵게만 여기지 말고 관심을 가지며, 독서를 통해 정확한 맞춤법을 익히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주체적으로 올바른 맞춤법 문화를 형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출처: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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