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나의 책 칼럼 2] <그리스인 조르바> 당신의 삶,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나요?

내가 선택한 삶에 분명한 이유를 가질 때 우리는 진실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것 같다. 알베르트 슈바이처가 자신에게 가장 감동을 준 인물로 꼽았고, 두 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된 그리스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는 이 질문에 반례가 될 사람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이 묘비명의 주인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어린 시절, 터키의 지배 아래 기독교인 박해 사건과 독립 전쟁을 겪었다. 그는 자유를 갈망하였고, 그의 작품에도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조르바는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라 불릴 만큼 괴짜다우며, 변화를 즐기는 자유의 영혼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탄광들에도 이름을 붙여주며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기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온 힘을 다한다.


심지어, 자신의 새끼손가락이 물레를 돌리는데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내리쳐 버릴 정도로 자신의 열정과 욕구에 충만했고, 그에 방해되는 것이라면 혈연이나 자신의 몸뚱어리조차 그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우리가 보기엔 정상적이진 않지만, 분명 그는 자신의 삶과 욕망에 충실했다.


그에 반해, 두목으로 나오는 '나'는 조르바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정반대이다. 항상 책에 파묻혀 살고 스스로 만든 틀에 자신의 욕망을 가두는 이성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조르바를 만난 후, 책과의 경험적인 삶에서 벗어나 먹고 마시는 즐거움도 느끼게 되고, 현재의 삶을 즐기게 된다. 또 자신이 하고 싶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찾아가지 못했던 과부 소멜리나의 집에 찾아가기도 하고, 광산 사업이 망했음에도 조르바와 신나게 먹고 마시며 춤을 춘다. 그는 조르바와의 만남으로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과연 나도 조르바처럼 살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그동안 나는 학생으로서 주어진 공부에 온 힘을 다하며 지냈지만, 공부 외에 나의 또 다른 발전을 위해서 악기를 배운다거나 여행을 통한 경험 등을 하고 싶은데도 입시를 둔 학생으로서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주저할 때가 많았고, 남을 많이 의식해 나를 사람과 비교하며 나 자신을 낮출 때도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나 스스로 그러면 안 된다는 테두리를 만들면서 나 자신을 가두어 놓았다. 그런 나에게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사는 조르바의 모습은 새로웠다. 조르바의 삶에 대한 열정은 남을 인식하지 않고 가식적이지 않았다. 조르바는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해주었고, 조르바와 같은 삶에 용기를 갖게 해주었다.


흔히 학생으로서의 목표라면 명문대를 나와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장에 들어가 그 분야의 성공케이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망은 나를 위한 것일지, 사회적 지위나 보수와 같은 사회적 평판에 의한 것을 수동적으로 수용한 것일지, 부모님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일지 잘 모른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자신의 삶을 위한 길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이 선택한 길을 간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남이 바라보는 시선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는 하나, 이미 우리 사회는 이런 학벌이나 지위 등 만연된 사회적 평판을 기준으로 사람에 대해 평가하기 일쑤이다. 그러고는 신경 쓰지 말라는 형식적인 말들 속에 우리는 내 삶에 대한 자유를 구속하고 있다. 어쩌면, 조르바와 같은 자유로운 삶은 모험과 같아 우리에게 낯설고 두려울 것이다.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을 잃게 할 수도 있고, 명예와 보수를 얻지 못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유가 우리 삶에 가져올 두려움들을 이겨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자유로운 삶에 대해 용기를 가져야 하고, 우리의 삶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평가받고 남들에 맞춰서 사는 삶이 아닌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내 삶을 위한 그 선택이 어떤 것이든 내가 선택한 삶에 분명한 이유를 가질 때 우리는 진정 자유로울 수 있다.


 


칼럼 소개 : 많은 위인이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듯, 책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과 소통하는 길이자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보물창고입니다. 책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학생의 관점으로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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