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의 클래식 칼럼 2] 당신도 즐길 수 있는, 니벨룽의 반지

Vol 2. 서곡만 2시간 30분이 넘는다고요?

 " 나는 영원히, 사랑을 저주한다! "

         - 난쟁이, 알베리히


오늘은 드디어, 3일 간 이어질 축제의 전야제를 파헤쳐 볼 시간이다. 전야(前夜), 라인의 황금 다른 극의 서곡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역시 니벨룽의 반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2시간 반이라는 어마무시한 길이를 자랑하는 덕분에, 가볍게 니벨룽의 반지에 손 댄 사람들을 지레 겁먹게 하는 만악의 근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1야 발퀴레부터 3야 신들의 황혼까지 이어지는 니벨룽의 반지의 전체적인 흐름과 주제를 제시하는 부분이기도 해,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라인 강의 지하에는, 반지를 만들어 착용하면 세계를 지배하는 신이 되게 해 주는 마력이 담긴 황금이 묻혀 있다. 라인 강의 세 자매 처녀 정령들은 이 황금을 지키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알베리히라는 난쟁이가 이 정령들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된다. 어느 날, 세 자매와 알베리히가 말싸움을 벌이던 중, 알베리히는 우연히 이 황금의 존재를 알게 된다. 다만, 이 황금은 사랑을 포기한 자만이 가질 수 있다는 규칙이 있었다. 결국 처녀들에 대한 애욕보다, 황금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커진 알베리히는, 처녀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부정하고 저주하며 황금을 가지고 도망친다.


한 편, 신들의 왕인 보탄(오딘의 또 다른 이름)은 강력한 힘을 가진 거인 형제인 파졸트와 파프너를 고용해, 신들을 위해 일 할 용사들을 모을 발할라 성을 만든다. 하지만, 또 다른 신인 로게 때문에 보탄은 이 성을 짓는 대가로 두 거인 형제에게 프라이아를 내주게 된다. 프라이아의 누이이자 보탄의 아내인 프리카는 보탄을 원망하고, 프라이아가 보탄을 비난하며 두 사람에게 와 자신을 도와달라 요청하지만, 결국 거인 형제들은 프라이아를 쫒아 보탄에게 다다른다. 프리카와 다른 신들은 프라이아를 구하기 위해 거인 형제를 죽이려고 하지만, 약속의 신이었던 보탄은 차마 자신이 한 약속을 깨지 못하고 프라이아를 거인 형제에게 넘겨준다.


로게에게 알베리히가 그들의 황금을 훔쳐갔다는 말을 들은 거인 형제는 해질녘까지 그가 훔쳐 간 황금을 갚으라며 프라이아를 끌고 간다. 하지만, 영생의 힘을 갖게 해주는 황금사과의 주인이던 프라이아가 사라지자신들은 빠르게 늙기 시작한다. 이에 로게가 꾀를 내어 알베리히가 라인의 황금으로 만든 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이 반지를 빼앗아 프라이아를 되찾아 오자는 제안을 하고, 별 수 없었던 신들은 이에 찬성해 보탄과 로게는 알베리히가 있는 니벨하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알베리히의 동생과 난쟁이들이 알베리히의 폭정에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보탄과 로게는, 자신들이 그들을 알베리히의 폭거에서부터 자유롭게 해 주겠다고 제안하고 그들은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 후 두 사람은 위풍당당한 모습의 알베리히와 마주친다. 알베리히는 어느 것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마법의 투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로게는 그 투구를 보며 놀란 채 하며, 매우 작은 것으로도 변신할 수 있냐며 알베리히에게 묻는다. 미끼를 덥썩 문 알베리히는 두 신에게 자랑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두꺼비로 바꾸는데, 그 때를 노린 로게와 보탄은 가볍게 알베리히를 제압하고, 그의 목숨에 대한 대가로 그가 가진 모든 보물을 받아간다. 반지마저 가져가는 두 신의 모습에 분노한 알베리히는 이 반지를 가지는 자는 반지의 영원한 노예가 되어 결국은 파멸할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그리고 해질녘 즈음, 보탄은 보물을 들고 나타나고 거인 형제들은 프라이아를 끌고 나타난다. 거인 형제들은보탄이 가져온 보물들로 프라이아를 완전히 가릴 수 있어야 프라이아를 데려갈 수 있다고 한다. 보탄은 알베리히의 보물을 프라이아 앞에 쌓아올리지만, 거인 형제들은 눈동자가 보인다며 보탄의 반지도 가져가려고 한다. 보탄은 이것은 안 된다며, 격렬하게 저항하지만, 운명의 여신이 어디선가 나타나 그 반지를 넘기면 반지의 저주도 넘어갈 것이고, 자신은 먼 미래에 신들의 황혼 보았다, 라는 알 수 없는 예언을 한다.


운명의 여신의 충고에 보탄은 반지를 넘기고 프라이아를 돌려받는다. 그리고 보탄은 운명의 여신의 예언에 따라 누가 반지와 보물을 가질까로 싸우다 두 형제 중 한 명인 파프너가 황금덩어리로 그 형인 파졸트의 머리를 내리찍어 죽이는 모습을 보고 반지의 저주가 실제로 이뤄졌음을 깨닫고 놀란다.




신들은 이내, 힘들게 세운 발할라 성에 도달한다. 하지만, 라인 강의 세 처녀들이 나타나, 반지를 순순히 거인 형제에게 넘겨진 신들을 비난한다. 그녀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 신들이 발할라 성에 들어가며, 전야인 라인의 황금이 막을 내린다.


개인적으로, 라인의 황금에서 가장 중요하며, 가장 유명할 장면은 신들이 발할라 성에 들어가는 장면을 그린 극의 피날레, '신들의 발할라 입성'이라고 생각한다. 보탄이 그의 아내, 프리카, 그리고 다른 신들과 무지개 다리를 건너 발할라 성에 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이 모습을 그린 이 장면은, 뿌연 안개 속에서, 보탄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노래 부르며, 니벨룽의 반지라는 이 악극에서 큰 역할을 하는 다양한 동기들이 얽히고 설켜 조화롭게 마무리를 맺는다. 극의 중요한 유도동기들인 라인 강 동기, 도너(토르) 동기, 자연 동기, 그리고 발할라 동기들이 이어지는 도중, 1야부터의 보탄의 계획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검 동기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부분이기에,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면서도 가장 비중 있는 장면이다 라는 게 내 의견이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영웅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번째 밤의 축제로 건너가 보자.




 

오늘의 칼럼 한 줄.
남의 것에 잘못 손 대면 정말 천벌을 받게 된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