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세월호' 지금까지의 1000일, 앞으로의 1000일

 

대통령은 긴가 민가 했지만 나는 그 날을 똑똑히 기억한다. 오늘(9일)로부터 1,000일 전,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는 침몰했다. 그 당시 세월호에서 울려 퍼진 말은 “가만히 있으라.”였다. 가만히 있으라 해서 구명조끼를 부여안고 가만히 있었던 친구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먹먹하다. 살아있었다면 대학생활도 즐기고 처음으로 선거권도 가지며 어른이 되었음을 만끽하였을 친구들이 아직도 학생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에 마음껏 스무 살을 즐기기 미안해지는 새해다.


그 당시, 나한테는 세 가지 믿음이 있었다.


첫째, 사고가 나면 당연히 국가가 알아서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과 확신. 둘째, 세월호를 기억하며 학교 내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셋째, 정부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언론은 끝까지 밝혀내 줄 것이라는 믿음.


세월호 참사 1,000일이 되는 시점에서, 이 믿음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는 그 1,000일 동안 무엇을 노력하였을까? 무엇을 바꿔 나갔을까?


솔직히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언론도, 국가도, 그리고 우리도 변화를 약속해놓고 지금껏 세월호를 외면하였다.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하였고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언론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였으며 그 역할을 ‘터널’, ‘판도라’와 같은 영화들이 대신하였다. 그 사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별 힘을 내지 못하고 정리해야 했다. 갈수록 세월호 참사를 우리들의 문제가 아닌 유가족들만의 괴로움과 상처로 축소하며 변질시켜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믿었던 그 1,000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2017년은 중요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세월호가 다시 물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정말 변화를 약속해야 한다. 세월호의 정신적 상처와 아픔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언급했던 세 가지의 믿음을 다시 이야기해본다.


첫째, 정부는 국민에게 잃은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규칙을 지키고, 의무를 다하는 만큼 국가도 국민에게 책임을 다한다는 믿음을 다시 심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고, 확신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과신하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 그 과신이 신뢰보다는 불신을 키우게 했다.


둘째, 학교는 변해야 한다. 무조건 말 잘 들으라고, 가만히 있으라 하는 건 교육이 아니다. 학생들을 수동적인 존재, 미성숙한 존재, 명령에 따르는 존재로 가르쳐 온 것이 학교 교육 현장이다.


이 교육은 침몰하고 있는 배 안에서도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학생들이 그대로 따르게 하였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안전 중심의 ‘학생 주체적 참여’ 강화이다. 단순히 안전교육 횟수를 늘리자는 게 아니다. 학생이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할 것이다. 따라서 한 가지의 매뉴얼만이 있을 수 없다. 본인의 주체적인 판단으로 여러 위험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청소년을 통제의 대상이라고 여겼던 지난 교육 방식도 변해야 한다.


셋째, 언론은 당장 현안에서 사라져도 계속해서 보도하는 끈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 끈기로 세월호 진실규명에 앞장서고, 진짜 보도해야 했을 때 침묵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故 김관홍 잠수사님은 뒷일을 부탁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이 그 말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또다시 1,000일이라는 시간이 걸리게 된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정말 변화하는 것을, 바뀌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지금의 시간 속에서 남겨진 친구들이 조금은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우리가 조금이라도 슬픔에서 벗어나 희망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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