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무비적무비적] the 꿈즈 특집 - 런치러너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밥, 밥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없는 학교

필자가 지난번 닥터스트레인지 리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늘부터는 미디어 경청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영상 제작 프로젝트 '꿈즈'에 참여한 친구들이 제작한 영상들에 대한 스포일러 리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디어 경청 유튜브에서 감상하실 수 있다.)


스포일러가 대량으로 쏟아질 예정이니 꼭! 영상들을 감상한 후 리뷰를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런치러너는 꿈즈 시사회에서 첫번째로 상영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첫 스타트를 끊는 작품답게 풋풋한 여학생들이 등장하고(정신차려.) 꽤 재미있는 설정이 돋보인다. 급식질서 정비를 위한 대책으로 각반의 점심 계주들의 레이스 성적으로 배식 순서가 이뤄지는 것.



런치러너를 보면서 처음 받은 느낌은 일단 소재를 굉장히 잘 잡았다는 것이다. 성인이 된 분들이나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 등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점심시간의 치열한 경쟁을 주소재로 잡아 누구나 공감하고 피식 웃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런치러너이다. 뛰어가나 걸어가나 결국은 먹게 될 걸 뭐하러 뛰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필자에게도 필자가 다녔던 중학교, 고등학교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뛰어가는 이유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필자가 런치러너에 칭찬하고싶은 점은 단순히 학교생활 속에서 모두에게 공감이 가는 모습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21세기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도 담았다는 것이다. 


우선 달리기라는 소재 자체가 학교라는 공동체 내에서의 경쟁관계를 보여준다. 학교는 일반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목적도 있지만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사교적인 부분들을 길러주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하지만 요즘의 학교는 우애좋던 친구들마저 입시 전쟁이라는 타이틀 속에서 또하나의 경쟁상대로 전락시켜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쟁에서 1등을 한 친구, 매번 2등만 하는 친구, 그리고 경쟁 자체에서 아예 제외된 친구,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기, 질투, 오해와 갈등까지. 런치러너의 각 캐릭터들은 입시경쟁에 휘말린 오늘날의 중고등학생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치로 작용하게 된다.



런치러너가 담고 있는 또하나의 학교 속 모습은 바로 '은따' 문제이다. 사실 요즘은 왕따 문제만큼이나 심각하게 거론되는 것이 바로 은따 문제인데, 은따라는 것은 '은근한 따돌림'의 약자로 왕따처럼 특정 행동 혹은 언행을 보고 섣불리 단정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냥 성격이 안맞아서' '너무 소심한 아이라서'라는 이유가 대부분이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사유지만 은따라 불리는 학생들은 그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그야말로 고립된 학교생활을 보낸다. 이러한 현상들은 오늘날 학생들이 집단적, 사교적이 아닌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변해가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고, 이러한 개인주의는 결국 오늘날의 교육 시스템, 즉 경쟁을 강요하는 상황 속에서 길러진 것이다.


런치러너는 이러한 은따 캐릭터에게 나름 스토리에 있어서 역할을 부여하고, 존재없는 친구지만 알고보면 능력자라는 컨샙을 통해 우리가 은따들에게 가졌던 인식을 변화시켜주고자 한다.



그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후반부에 나오는 반전의 핵심인물로 은따인 '소담'을 배치한다. 의도는 좋았으나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것은 반전이 등장했음에도 그렇게 큰 쾌감이 없었다는 점이다. 반전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소담에게 좀더 역할을 부여해서 극적인 상황을 끌어냈어도 좋았을텐데 '아, 저 녀석이 범인이었구나' 정도에서 감흥이 그쳐버려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런치러너는 꿈즈 시사회의 첫번째 상영작으로써 손색없는 작품이었다. 퀄리티나 소재의 참신성 면에서도 여타 학생들이 제작한 영상들에 비해 우수했고, 거기에 오늘날 학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까지 보여주는, 학생으로서의 내 처지에 다시 한번 한탄하게 되는(이렇게 마무리 하면 어쩌라는...) 그런 작품이었다. 


앞으로 7개의 꿈즈특집 리뷰가 남았고, 런치러너 못지않게 고퀄리티를 자랑하는 작품들이 필자를 기다리고있다.(어느 세월에 써야하나...) 필자가 리뷰를 작성하고있을 때엔 아직 유튜브에 두편 밖에 업로드가 안되어 있었는데 빠른 시일 내에 나머지 작품들이 업로드 될 예정이니 모두 감상하시고 나머지 리뷰에서 뵙도록 하겠다.


※영상을 보고난 후의 감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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