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하의 시사 칼럼] 소확행에 대하여

주말이라 학교는 물론이고, 학원도 가지 않는 어느 한적한 일요일 오후, 어제 비가 와서 오늘 아침의 공기는 정말 청명하고, 후덥지근하지도 않아 문득 호수 공원 한 바퀴를 돌기로 하였다. 나는 호수공원에 사람들이 많을 거로 생각해서 호수공원 뒷길을 돌기로 했다. 그 길은 마치 지브리의 여름을 다룬 영화에서 나오는 듯 양옆에 길에는 옥수수나무, 호박 넝쿨, 봉숭아꽃, 하물며 배나무밭과 사과나무밭도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호수공원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내가 달리고 있는 길과는 다른 공간이 펼쳐지는 듯했다. 이렇게 한 바퀴 도는 간단한 것도 정말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얼굴을 스치는 여름이라는 계절이 성큼 다가온 것 같은 바람도 느껴지고, 너무 덥지 않은 적당히 더운 날씨에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경치까지, 이런 풍경과 날씨는 자전거 타는 소확행을 배로 즐기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집에서는 잘 먹지 않는 컵라면 하나에 올 1월 어느 눈이 수북히 쌓인 아침, 우리 가족이 나가서 눈사람도 만들고, 추위를 녹이기 위해 눈 내리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추위를 녹였던 추억이 떠올랐다. 컵라면 하나지만,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풀 코스 메뉴를 먹은 듯 행복했다. 그런데, 다들 소확행 소확행 하는 그 소확행이란 어디서 나온 말이고, 소확행의 뜻은 무엇일까?

 

 

소확행의 뜻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다. 예를 들자면, 여름에 얇은 이불을 덮고 누워서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도, 화창한 날씨에는 자전거 타는 것도, 그 무엇이든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행복하다면, 그것은 소확행에 속한다. 소확행은 각자 사람마다 뭐가 소확행이냐가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만히 누워서 음악 듣고 망상하는 것이 소확행이지만, 반면에, 누구에게는 밖에 나가고 활동을 하는 것이 소확행일 수 있다. 

 

그렇다면 소확행의 개념은 누가 만들었을까? 소확행의 개념을 만든 사람은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한다. 그의 소설은 한국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많다. 그가 쓴 책으로는, 상실의 시대, 1Q84, 그리고 버닝이라는 영화의 원작이 된 헛간을 태우다 등이 있다. 무라카미는 일반 샐러리맨과 달리 어딘가 출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의 일정을 정해놓는데, 동네를 거닐며 그날 그 시각에 막 만들어진 두부, 혹은 빵, 아니면 막 로스팅한 커피 알로 내린 커피 한 잔 등을 바로 먹었을 때 느끼는 행복을 소확행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일상에서 느껴지는 사소하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행복을 소확행이라고 부른다.

 

요즘 코로나 19 시국이니까 국외는 물론, 국내 여행도 자유롭지 않아 매우 답답하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거나 맛있는 거 먹으러 유명 맛집도 탐방하고 싶다. 하지만 여행을 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요즘 나에게 소확행이 뭔가를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도촌천을 자전거로 돌아볼까 생각하고, 자전거 이외에도 가만히 누워있거나 가끔은 뭔가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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