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인터넷신문

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지치면 안돼. 그러면 수레바퀴 밑에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의 한 대목이다. 책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결국 인생의 수레바퀴 밑에 깔려 파멸하게 된다. 한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은 누구의 탓이었을까.

 

 작가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한스와 하일너에게 투영시켰다. 헤세는 한스처럼 부모에 의해 신학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했다. 또, 하일너처럼 바이올린을 켜고 시를 썼고 1년도 안 되어 학교에서 뛰쳐나갔다. 한스가 신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신경 쇠약 증세를 보인 것도 헤세의 경우와 같다.

 

헤세는 한스 기벤라트라는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독일의 비인간적인 교육제도를 고발했다. 교장은 생활의 모든 취미와 즐거움을 포기하고 공부만 하는 한스의 모습을 보며 흐믓해한다. 한스가 시험을 합격하고 모처럼 즐기는 낚시마저도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한다며 혀를 찬다. 웃음을 잃고 공부하는 한스에게 자부심을 느끼기까지 한다.

 

 작품 속 교사가 이야기하는 국가의 교육 목적은 소년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거친 힘과 자연의 욕망을 뿌리부터 송두리째 뽑아내고 그 자리에 국가가 인정하는 절제된 이상을 심어 주는 데 있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학생들을 사회의 유용한 일원으로 만드는 것이 학교의 사명이라고 한다.바꿔 말하면 학생들에게 꿈꿀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자신들의 이상을 주입해 국가에 충성하게 만들겠다는 말이다.

또, 헤세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이 부족한 부모, 교사, 목사도 비판한다. 부모들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적성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신학자로 만드려 한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소망을 꺾으며 억지로 부모의 뜻을 따른다. 부모는 자식을 자신들의 희망이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만약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망스러운 자식으로 낙인찍는다. 마을 목사, 교장 또한 한스에게 특별 과외를 해주지만 이것 역시도 한스가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할 때뿐이다. 이들은 정신이 쇠약해 질 정도로 절박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스를 외면한다. 한스를 유일하게 이해해 주는 구둣방 주인 플라이크는 한스의 장례식에서 한스의 불행한 죽음에는 어른들의 책임이 있다고 한스의 아버지에게 말을 건네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만 돌아온다. 이런 속물적인 사고방식이 판치는 세상에서 한스가 감당해야 했을 수레바퀴의 무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을 읽고 과열된 입시 경쟁 속에서 지쳐가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떠올랐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아이들이 수레바퀴 위를 달리고 있다. 한스는 마을의 인재만 하는 특별 공부를 한 경우이지만, 우리 청소년들은 대부분이 한스처럼 공부하고 있다.

 한스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우리 청소년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고, 꿈꾸고 사랑하며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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