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의 사회 칼럼] 드라마 속 데이트 폭력, 이대로 괜찮을까

요즈음 드라마나 영화에서 데이트 폭력을 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내용상 사랑스러운 장면으로 보일 수도 있고, 박력 있는 매력의 인물이 사랑하는 로맨틱한 방식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구별도 힘들고, 사랑하는 사람이 저지른 실수라고 생각해 신고조차 하기 어려운 데이트 폭력.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은 극심한 트라우마와 상처를 입는다. 이런 데이트 폭력이 드라마,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에 노출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데이트 폭력이란, '치정폭력'이라고도 하며 ‘남녀가 교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육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말한다. 육체적 데이트 폭력은 상대에게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신체를 가격하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의 방법으로 폭행을 저질러 상대에게 직접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육체적 폭력은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른다. 물리적인 힘이 서로 다르더라도 20번을 맞고 방어하기 위해 한 번을 때리면 쌍방폭행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처벌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 언어적 데이트 폭력은 상대를 모욕하는 말을 하거나, 음담패설이나 욕설, 협박, 비하 등의 언행을 하는 것이다. 언어폭력은 눈으로 보이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어렵고, 피해자 본인 또한 자신이 언어폭력을 당한 피해자라고 인식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녹음, 녹취의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언어폭력에 대해서는 현재 형사 고소가 불가능하다. 상대에 대한 무시, 통제와 감시, 협박, 자해, 스토킹 등이 정신적 폭력에 해당한다. 본인의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 또는 사진을 유포하는 행동도 정서적 폭력에 속한다. 정서적 폭력은 상대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심어줄 수 있고, 심한 경우 대인 기피증이나 남성 혐오증 또는 여성 혐오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적 질병이 생길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이 일반적인 폭력 사건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데이트 폭력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관계가 각별하고, 서로를 잘 알고 있으며, 사랑했다는 점에서 아주 다르다고 생각한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이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추억과 사랑하는 감정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이나 신고 없이 용서하거나, 오히려 하지 말라고 비는 등의 상황이 일어나는 등, 정서적인 요인에 의해 판단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트 폭력에 관련해서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이후 보복의 위험도 크다. 만약 스토킹을 당한다면, 공포감이 심하더라도 멀리서 누가 지켜보는 느낌이 나는 것만으로는 신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토킹 가해자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결국 물리적인 접촉이 이루어져야만 신고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데이트 폭력 장면이 최근 드라마, 영화 등의 대중매체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인다. 연인을 벽으로 밀쳐 강제적인 스킨십을 한다거나, 연인의 행동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인의 팔목을 거칠게 잡아끌고 가는 등의 행위는 엄연한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부 드라마나 영화 장면에서 이런 행동들이 로맨틱하게 묘사되고 있는 부분은 엄연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과거보다 비교적 데이트 폭력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대중매체에서 데이트 폭력 장면이 나올 경우 잘못을 지적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데이트 폭력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도 다수이기 때문에 대중매체에서 데이트 폭력 장면이 묘사되는 것은 옳지 않다. 로맨틱한 장면으로 인식하여 실제로 모방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당연하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그 장면을 보고 안 좋은 기억의 트라우마가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더이상 대중매체에 데이트 폭력 장면을 송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즉,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상대를 존중하고, 바른 관계를 맺기 위한 사회의 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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