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의 교육 칼럼] 인간성 버리기 전형과 비위 맞추기 전형

우리나라 입시구조의 문제점

 

2020년 수능(이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학생 개인에 따라 수능을 보기도, 보지 않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대다수가 수능 응시자에 속할 것이다. 또한, 수능을 보는 학생 중에도 이 수능에 모든 것을 건 학생도 있고 수능이 길었던 입시 경주의 마지막 관문인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학생들 모두에게 수능이 인생에서 큰 행사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워낙 중요한 시험이다 보니 국가에서 교통과 항공까지 통제하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수능에 다들 이렇게까지 필사적인 것일까? 표면적으로 보자면, 가장 큰 이유는 대학에 가기 위함일 것이다. 그것이 자의이든 타의이든, 대학에 취학하거나 원하는 일자리에 취직하기 위해 공부에 정진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자면, ‘이 짓을 두 번은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장 크리라 생각한다. 이미 학교를 졸업한 성인들에게 물어보면 친구들과의 추억과 웃음이 가득했던 학창 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대다수가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이유는 하나다. 학교가 아닌, 제도와 구조가 학생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더욱 잦은 빈도로 ‘정시’, ‘수시’와 같은 입시 용어를 듣고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거기다 자신이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선택해야 하지만, 어느 길도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은 늘 촉박하기만 하다. 무엇을 고르던 궁극적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혹한 입시 제도 뿐이다. 모두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 입시 제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바로 정시와 수시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늘 이들에 대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정시로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인간성을 버려야 하고, 수시로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사제 관계와 교우 관계에서 비위를 잘 맞춰야 한다고 말이다. 물론 이는 각 전형의 부정적인 면을 과장하여 표현한 것이지만, 애초에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한 대학 입시라는 과정에 자신의 진로 성취에 극단적으로 불필요한 심화적 내용의 학습과 교과 외 활동을 해야 한다는 현 입시 제도의 문제점은 너무나 크다. 이는 늘 학생 복지를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취지와는 전혀 일맥상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교육열이 심했던 아일랜드에서는 경쟁과 공부에만 치중한 대가로 학생들에게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를 파악한 아일랜드의 전 교육부 장관 리처드 버크는 학생들에게 중학교 이후 1년간 경험을 쌓으며 진로를 정하도록 하기 위해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를 운영하기 시작했다.1 그리고 전환학년제가 시작된 지 40년이 훌쩍 넘은 현재, 이 전환학년제를 이수한 학생이 이수하지 않은 학생보다 높은 대학 진학률과 사회 적응력을 가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재 아일랜드에서는 80%가 넘는 학교에서 이 전환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 제도인 정시나 수시보다 더욱더 효율적이고, 실전적이며, 학생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눈에 띄게 효과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우리나라 또한 정시나 수시를 준비하며 오는 부담감이나 단점을 극소화하기 위해 ‘자유 학년제’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저 중학교 한 학년 동안 시험을 치르지 않고 진로 관련 교내/교외 활동을 조금 더 늘리는 자유 학년제로는 경험에 도움이 되기엔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현재 우리나라의 입시 구조상 학생 개인에게 마이너스가 될 뿐이다. 2학년이 되면 예외 없이 시험을 치러야 할 텐데, 자유 학년제를 시행해 버리면 이 시험을 연습하는 기회를 한 번 놓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필자는 우리나라의 자유 학년제가 애매하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전부를 놓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입시의 부정적인 면은 더 말하기가 입 아플 정도로 많은 사람이 언급하고 있는 문제이다. 본디 무조건적으로 다른 사례와 대조해 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지만, 다른 나라의 긍정적인 사례와 대조까지 해 보고 나니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만이 남는다. 도대체 교육청과 교육자들이 말하는 학생 복지란 무엇인가? 학생들이 원하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해서 행복과 성취감을 얻는 것이 학생 복지의 일환이라면, 그 과정은 학생들에게 가혹하고 고통스러워도 된다는 것일까? 만약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압박 때문에 억지로 진로를 선택해서 그 목표를 이루어도 학생 복지에 속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학생에게 온전한 행복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높은 학생 자살률을 걱정하며 자살 예방 교육을 늘릴 때가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아야 할 때이다. 구조적 문제는 개인이 나서서 해결할 수 없다.

 

1.참고: EBS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442553&cid=51630&categoryId=5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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