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지의 독서 칼럼]기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를 읽고.

"반찬 투정은 못 써! 저 멀리 아프리카 아이들은 이것조차 없어서 굶어 죽고 있는데!' 이 말은 어린 시절, 내 부모님이 편식하는 내 습관을 고치기 위해 하신 소리였다. 당시 나는 '아프리카'가 무엇인지도 몰라서, 대충 부모님이 하신 잔소리겠거니 싶어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조금 머리가 커지고 나서야 그 아프리카가 지구에 있는 여섯 대륙 중 하나라는 것과 그곳에 있는 나라들의 대부분이 기아나 전염병 등 여러 문제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이라는 것을 알았다. 왜 텔레비전을 틀면 영양실조로 고생하고 있는 흑인 아이들을 후원해달라는 광고가 나오는지도 그때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겪고 있는 '기아'의 심각성에 대해선 미처 잘 몰랐다.

 

뭐? 이 세상에 굶어 죽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그렇다면 부유한 선진국의 남은 식량을 지원해주면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음식물 쓰레기로 환경이 파괴될 일은 없겠다. 하하! 유엔이나 슈바이처 같은, 의인들이나 국제기구들이 조금만 힘을 써도 기아는 금방 없어질 거라 믿는 철없고 속 편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거의 최근까지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점점 올라가는 세계적 경제 수준은 나를 비롯한 선진국 사람들의 대다수를 안심하게 만들기 충분한 근거처럼 보였다. 그리고 점점 늘어가는 국가적 총생산량은 그만큼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평탄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기아'. 먹지 못해 굶주리는 이 일은 인류의 시작에서부터 존재해왔다. 선사시대와 중세만 해도 기근으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건 모든 사람이 아는 대표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의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세계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었고, 전 세계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어도 남을 양의 식량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물질적 결핍은 없어졌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현재,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위협하는 기아 문제는 단순히 세계가 생산할 수 있는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식량들은 넘쳐난다. 저자인 장 지글러는 현재 생산되는 식량은 지구의 두 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릴 수 있다고도 하니까. 정말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적 구조에 존재한다. 부유한 나라들은 매년 자국민의 인구 배가 넘는 식량을 생산하는데, 가난한 나라들은 식량을 확보할 어떠한 경제적 수단이나 방법도 없는 것이다. 나라 간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며 기아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만약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식량이나 보조금 등 물자를 보내 경제적인 지원을 해 준다면 어떨까? 역시 쉽지만은 않다. 소말리아와 같은 나라들은 정부보다 군사적 무력집단인 군벌들의 힘이 더 세 선진국이 지원하는 물자를 족족 독점하고 있다. 국제기구나 선진국들이 아무리 지원을 해 주어도 그것이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은 적다. 납치나 인신매매도 손쉽게 이뤄지는 나라에서 귀한 식량을 지원받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겠는가? 무력 단체에 빼앗긴 후 살해당하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치안인데 말이다.

 

또한 유엔 등의 국제기구나 비공식단체들의 자금 부족 문제 역시 심각하다. 다양한 기구들은 '국제'라는 말에 걸맞게 세계 여러 나라나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문제는 이 세계 곡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사업가들이나 선진국들이 국제기구를 지원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는 것에 더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자선 사업가가 되어 기아를 해결하는 것에 발 벗고 나서지 않는 이상은 국제기구의 활동도 한계가 있다.

 

한편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프랑스나 영국 등 선진국의 식민지가 되었던 나라들이 대부분 존재하는데, 이 '식민지 정책'의 잔해가 남아 아프리카의 자급자족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세네갈은 프랑스의 식민지였는데, 식민지 당시 오직 땅콩 농사에만 신경 쓰도록 강요받았다고 한다. 세네갈의 실질적인 권력자인 프랑스가 유럽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는 작물만을 경작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런 잔재가 남아서인지 식민지였던 나라들은 수출만을 위한 단일경작 시스템 속에서 고통받고 있고, 작물을 농민들에게 헐값으로 구매하고 다른 나라에 비교적 비싸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얻은 차액으로 사치를 누리는 부패한 정부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아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인 장 지글러는 기아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서는 각국이 자급자족경제를 이루는 것 이외에는 없다고 말한다. 결국, 선진국이나 국제기구가 물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기아를 해결할 수 없으며 그들이 해야 할 일은 기아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이 자급자족경제를 만들도록 돕는 것이다.

 

인간은 그 어떤 생물과도 달리 다른 사람의 괴로움을 보며 함께 괴로워할 수 있는 공감 능력과 도덕성이 존재한다. 그런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먹는 일'을 하지 못하는 다른 인간을 위해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지금 세계 어느 곳에서는 인간의 기초적인 도덕성에 기대어 배고픔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도와 기아를 뿌리 뽑는 것을 함께할 의무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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