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의 시사/심리 칼럼] 기본소득제에 대한 오해

최근 ‘기본소득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이다. 기본소득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제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1이다. 기본소득은 기존 사회복지제도와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모든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무조건 지급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람들은 기본소득제에 대해 막연한 반감을 보인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사람들이 많은데, 모두가 똑같은 돈을 지급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제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떠오르는 핵심 키워드, 기본소득제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자.

 

 

 

모두에게 똑같은 돈을 준다는 것, 과연 옳은 일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평등을 주장해왔지만, 현대에 와서는 ‘평등(Equality)’과 ‘공정(Equity)’을 구분하며 공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평등은 개개인이 가진 특성에 상관없이 모두를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이고 공정은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정성을 위해서는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더 주는 것이 정당하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기본소득제는 평등만을 고려하며 시대에 뒤처진 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본소득제로 모든 사람이 동일한 이득을 얻는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고소득층의 사람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게 된다. 이는 기본소득제의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똑같은 돈을 지급받는다고 해도, 결국 세금을 내는 정도에서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고소득층 사람들은 기본소득제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세금을 많이 낸다. 이들이 낸 세금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불만이 없을까? 자신들이 세금을 많이 내도 돌아오는 혜택이 전혀 없다면, 세금을 기꺼이 내고 싶을까?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공동체 정신이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생계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나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제가 장기적으로는 좋은 제도라는 것이다. ‘재분배의 역설’이라는 것을 들어보았는가? 선별적 복지가 강화될수록 중산층 이상의 시민들이 불만을 가져 사회 복지 지출을 늘려가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저소득층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않는 중산층의 시민들이 많다. 따라서 저소득층에게만 집중된 정책보다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보편적인 정책이 사회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사회 복지 제도 시행을 위한 예산 마련이 수월해질 것이고 점차 그 규모도 커질 수 있다.2 기본소득제와 같은 보편적 복지 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것이다. 

 

 

물론 앞서 말한 효과가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논쟁이 뜨겁다. 지금도 돈이 없어 살아가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기본소득제에 예산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존의 사회 복지 제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양면성을 지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단순히 현실성 없는 제도라며 무시해서는 안 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국민기본소득제의 시행을 외치고 있고, 그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고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높은 산을 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국민을 위한 사회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1 인용: https://basicincomekorea.org/all-about-bi_definition/ 
참고: http://igt.or.kr/index.php?document_srl=56461&mid=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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