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기의 문학 칼럼]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

외국어 수업의 비중이 높은 고등학교에 다니다 보니 아는 선배들이나 주변 지인들을 보면 50% 정도 되는 대부분이 일어일문학과, 영어영문학과, 영어학과 등에 재학 중인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어문학 전공은 취업이 되지 않는다, 사회에 나가서도 별 쓸모가 없다. 등등 취업 현실에 대해 많이 얘기하다 보니 나 또한 어문학과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고, 대학에 가서까지 문학작품을 공부해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들곤 했다. 하지만 약 2년 동안 어문학에 관해 공부하고 스스로 탐구하며 어문학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가 우리가 그것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확실히 존재한다고 느꼈고, 더 많은 사람이 문학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내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인 영문학을 중심으로 그 중요성을 칼럼으로 작성하게 되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일상생활에 적용하여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Carpe Diem이라는 문구로 유명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책을 모두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존 키팅 선생님을 중심으로 미국 최고의 사립학교에서 학생들과 벌어지는 일을 담은 책으로서, 현대 교육제도가 얼마나 학생들을 얽매이게 하는지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만약 교육제도를 비판하는 주제로 글을 작성할 때 단순히 설문조사, 자살률 등 통계자료로 딱딱히 분석하는 식으로 작성하게 된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 혹은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읽을지언정 대부분의 사람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 가상 인물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설정하여 마치 우리가 등장인물들이 된 것처럼 이야기를 구성한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된 것처럼, 충분히 일상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가 주어지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있어서 글이 더 쉽고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텍스트 속 살아 숨 쉬는 작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유적을 탐방하는 고고학자라고 생각해보자. 물론 역사를 곧이곧대로 편찬한 역사서도 큰 수확이 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역사서를 통해서 당시 평민이나 노동층, 귀족층 등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살아갔는지를 정확히 마주하긴 힘들다. 하지만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탄생하는 문학작품을 마주한다면 어떠하겠는가. 내가 직접 등장인물에 빙의되거나 감정이입을 하여 작가와 시공간을 거슬러 소통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생활상이 어땠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사회적 맥락에서의 문학작품은 이러한 점에서 우리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게 해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이후 기술의 발전이 거듭하며 인문학의 중요성이 점점 퇴화하고 있다. '문송합니다' (문과라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탄생할 정도로 새로운 일자리들도 공학 분야나 기술 분야의 전공자들을 선호하고 있고, 따라서 철학과나 인문학 계열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소외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 리버럴 아츠 (Liberal Arts)가 자유인들의 교육의 토대가 되었던 것처럼, 인문학의 쇠퇴로는 절대 문명을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다. 예술이 없인 인류는 발전해나갈 수 없고, 그렇기에 문학의 중요성이 더욱더 대두되는 것이다. 수백 장의 텍스트에서 살아 숨 쉬는 작가들의 말소리. 우리도 그 안으로 빠져들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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