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연의 문화 칼럼] 영화 살아있다, 재미까지 살아있나

좀비와 함께하는 주인공의 나 혼자 산다?

 

2020년 2월 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에 점점 지쳐가는 사람들과 완전히 활력을 잃어버린 국내 영화계에 단비같은 신작 영화가 나오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장르 특성 상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은 한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 좀비 영화인 데다가 계속해서 영화 개봉이 미뤄지기만 하는데 오랜만에 찾아온 신작 영화에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것과는 상관 없이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재미도 과연 기대에 미쳤을까?

 

영화를 본 필자에게는 아니었다.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유의 긴장감, 혹은 휘몰아치는 전개 같은 건 없었다. 필자가 직접 영화를 보며 뽑아 본 영화에서 망한 디테일은 세 가지 정도가 있었다. 영화는 자고 일어나 게임을 하던 주인공 준우(유아인)가 좀비사태가 벌어졌음을 알게 되며 시작한다. 여기서 망한 포인트 첫 번째가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준우가 뉴스를 보며 좀비들의 특성을 파악하게 된다. 뉴스 앵커는 좀비들의 특성이 눈이 충혈되며, 갑작스럽게 폭력적인 성향을 띄게 된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이 옆집사람이라며 준우의 집으로 다급하게 들어온 남자는 눈이 충혈되며, 온 몸을 꺾다가 준우를 공격한다. 하지만, 준우가 본 바깥의 상황에서는 달랐다. 흉기를 들고 불안하게 주위를 둘러보던 어느 여성이 자신의 딸을 발견하는데, 엄마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하며 안겼던 딸이 그 어떤 전조 증상도 없이 갑자기 엄마를 물어버린다. 방금까지만 해도 지켜지던 좀비의 특성이 한 순간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옥의 티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영화가 상영되며 더 심각해진다. 영화에 진전이 없는 것이다. 영화 상영 직전 주인공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이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나와 화제가 되었는데,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내가 나 혼자 산다를 보는 것인지, 좀비 아포칼립스의 영화를 보는 것인지 혼동이 온다. 전체 러닝타임 98분 중 주인공이 혼자 집에서 살아가는 부분만 30분 이상을 차지한다. 그 시간동안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살아남을 생각이라고는 전혀 없어보인다. 마치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도 모르는 것 마냥, 물도 아끼지 않고 광고를 보다가 라면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한 순간 먹어치운다. 차라리 라면 광고였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장면이었다. 더군다나 식량이 모두 보관되어 있을 냉장고를 문을 막는 데 사용하면서 좀비의 공격에 많은 음식들을 그대로 버려버린다. 보면 볼수록 점점 대체 이 영화의 끝은 어떻게 될까 싶어 모든 기대를 저버리고 팔짱 끼고 보게 된다. 감독이 어떤 것을 의도 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혼자서 집에 남겨져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가려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 아무것도 아는 것도 없이 남겨져 혼자 살아가는 주인공이 좀비나 그런 생명분야의 전문가여서 홀로 좀비의 특성을 파악하고, 무언가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면 영화는 필연적으로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이 영화의 두번째 망한 디테일이다.

 

 

마지막 세 번째 망한 디테일은 좀비의 설정에 있다. 감독이 고민한 흔적이 아예 안 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좀비와는 다른 새로운 좀비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 설정에 있어 디테일인 너무나도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좀비라는 생물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거의 0에 가까운 지능과 인간과는 다른 피에 굶주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사람을 덮치고 물어 전염시키는 생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지능이 있는 좀비라는 설정을 추가하여 공포를 더하려 했다. 지능이 있는 좀비란 지금까지 봐왔던 좀비 영화들에서 아예 보지 못한 설정은 아니다. 좀비들 사이에서 어떤 신호를 만들어 소통하는 좀비들도 있었고, 감정을 가진 좀비 설정도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좀비들은 지능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능력을 가지며, 또 어떤 장면에서는 지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비밀번호를 알지도 않으면서 도어락을 쉽게 풀고는 집에 침입하면서도 그냥 툭 치면 치워질 덫에 걸려 공격을 하지 못하고, 그저 살짝 쿵 소리에도 몇 층의 몇 호인지는 완벽히 아는 엄청난 청력을 가졌으면서도 또 막상 가면 도어락을 풀지 못해 들어가지 못한다. 보면 볼수록 과연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앞에 자기가 무슨 내용을 썼는 지 기억은 하며 시나리오를 썼는 지 의문이 드는 설정들이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여자 주인공인 유빈(박신혜)이 집을 탈출해 준우를 만나러 가기 위해 좀비들과 싸우는 장면은 어이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대충 봐도 족히 30명은 넘어보이는 좀비들이 여성이 조그만 손도끼 하나 가지고 싸우는데 공격을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다. 아까는 놀라운 속도로 뛰어다니던 좀비들이 주인공이 나오자마자 확 느려진 속도로 공격하는 모습은 이것이 그저 액션영화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한다.  함께 옥상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장면도 좀비사태가 벌어진 지 2주가 넘게 지났는데도 여전히 작동되는 엘리베이터와 헬기 타고 올라가자마자 터지는 와이파이 까지도 모든 장면 장면이 잘못된 디테일 투성이이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지쳐가는 와중에 오랜만에 만나는 신작이라, 더군다나 기본은 한다는 좀비 영화라 기대를 갖고 봤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실망에 실망만 거듭했던 영화였다. 조금 더 디테일에 신경만 썼어도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너무나 많이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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