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서의 시사 칼럼 9] 우리가 모르는 외국의 '블랙페이스'

경기 의정부고의 이번 해 졸업사진에 졸업생들이 가나의 장례식을 흉내 내며 얼굴을 어두운색으로 분장하고 찍은 것에 대해 가나 출신 방송인인 샘 오취리가 이를 비판했다. 그는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퍼요. 문화를 따라 하는 것은 알겠는데 굳이 얼굴 색칠까지 해야 하나요?"라며 이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흑인으로서 충분히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라는 의견과, "인종차별의 의도가 없이 단순 패러디를 한 것"이라는 의견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두 입장 모두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샘 오취리가 이와 같은 글을 올린 것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외국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두 세기 전부터 외국에서는 흑인이 아닌 공연자들이 흑인으로 분장을 할 때 우스꽝스럽게 분장을 하고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용해 공연했었다. 이것이 바로 블랙페이스(blackface)인데, 이는 흑인들에게 모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행위이기에 1960년대 금지되었다. 이로 인해 외국에서는 다른 인종으로 분장을 하는 것 자체가 그 캐릭터, 또는 그 인종에게 실례라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고, 블랙페이스를 예전에라도 했거나 비슷한 행동을 했다면 큰 질타를 받는다.

 

 

작년에는 캐나다의 총리 저스틴 트뤼도가 예전에 블랙페이스를 했던 사진들이 발견되어 큰 비난을 받았었고, 결국 그는 사과했다. 최근 배우 조에 살다나는 2016년 영화 <니나>에서 유명한 흑인 가수 및 인권 운동가였던 니나 시몬을 연기할 때 피부를 어둡게 한 것으로 비판을 받아 이에 대해 사과를 하였다. 이처럼, 외국의 문화에서는 피부색을 일부러 바꾸거나 블랙페이스와 비슷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가나에서 온 샘 오취리가 블랙페이스에 대한 글을 올린 것에는 논리적인 근거가 있다.

* 참고 자료: Time <Justin Trudeau Wore Brownface at 2001 ‘Arabian Nights’ Party While He Taught at a Private School> 

(https://time.com/5680759/justin-trudeau-brownface-photo/)

BBC News <Zoe Saldana apologizes for playing Nina Simone: 'She deserved better'>

(https://www.bbc.com/news/entertainment-arts-53676550)

 

의정부고 학생들이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인종차별적일지, 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지도 않고 피부를 어둡게 분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 문화의 블랙페이스에 대한 인식으로만 그 학생들의 행동이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한국에는 이와 같은 문화가 없고 사람들도 블랙페이스가 인종차별적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종차별적인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가나의 장례식에 대해 그냥 패러디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람들도 외국의 블랙페이스에 관한 문화에 대해 알고 왜 이와 같은 행동을 하면 인종차별적인지에 대한 인식을 했으면 좋겠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만약 그들이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지킨다면 블랙페이스 때문에 비난받지 않을 것이다.

 

 

*참고 자료 출처

1. Time

2. BBC News

 

*사진 자료 Wikip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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