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나네, 파이팅...일제 언어로부터 독립하려면

우리가 자주 쓰는 일본식 언어

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조치는 우리에게 기술과 경제독립의 중요성을 피부에 와닿게 한다. 언어는 어떨까, 언어에 관심 많은 나는 청소년들이 무심코 쓰고 있는 일본식 언어습관에 대해 알아보았다.

"파이팅 : 일본군의 출진구호"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2일까지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발굴을 위한 조사'를 하며 몇가지 예시어를 제시했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파이팅'이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응원할 때 흔히 쓰는 '파이팅(Fighting)'이라는 단어는 당연히 영어식 표현인줄 알았는데, 정작 영미권 어느 나라도 이런 응원을 하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어원을 따져보니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출진 구호였다는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영미권에서는 싸움이나 권투경기 시작을 알리는 'Fight(파이트)'라는 단어를 일본은 '화이또'라는 말로 전쟁 출진 구호로 썼는데, 이 말이 일제식민강점을 거쳐 우리의 응원구호가 된 것이다.

                

'이어서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있겠습니다.' 라고 할 때 쓰는 '훈화'도 상사가 부하에게 훈시한다는 일제 강점기 군대 용어였고, '수학여행'이라는 말 속에는 일본 등에 조선인 학생들을 보내 민족정신을 해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 경기도교육청의 설명이다.

이런 교육청의 조사작업에 대해 심하다는 반론도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런 논리라면 '학교', '교육'은 물론 '사회' ,'과학' 같은 교과목 이름 등 우리가 쓰고 있는 단어 상당수가 일제 잔재, 친일 용어라는 말'이라며 일상 용어에까지 친일 딱지를 붙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교육청의 시도를 '친일딱지 붙이기'라고 단정하는 것은 또 다른 딱지붙이기와 같다. 그러나 일본식 언어표현이 너무 광범위하게 쓰여 어디부터 손을 데야 할지 모른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글재단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한자용어의 대부분이 일본어에서 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학교, 문과, 이과, 국어, 영어, 수학"

한글재단은 우선 교육에 관한 용어 대부분이 한자를 일본식으로 고친 일본식 한자말이라고 지적하며 그 예를 들었다. 학교(學校), 교장(校長), 문과(文科), 이과(理科), 참고서(參考書), 국어(國語), 영어(英語), 수학(數學), 사회(社會), 과학(科學), 물리(物理), 음악(音樂), 미술(美術), 체육(體育). 이 뿐만이 아니다. 헌법(憲法), 대통령(大統領), 국회의장(國會議長), 시장(市長) 등 우리나라의 뼈대를 이루는 헌법용어들도 모두 일본식 한자말들이며 정치, 경제, 과학, 언론 등 거의 모든 전문 분야 용어가 일본식 한자말이라고 한다. 우리가 근현대 문물을 받아들일 시점에 나라를 빼앗겨 모든 신문명을 일본식 언어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글재단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언어를 다 폐기하고 새로 고쳐쓸 수 있을까. 언어는 결국 사용자인 일반인들의 오랜 세월에 걸친 선택을 통해 통용되는데, 누군가 고운 우리말로 대안을 제시한다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채택될 수 있을까.

                
"간지나네 ---> 느낌있어"

그럼에도 나는 일본식 언어습관을 꾸준히 조사하고 꾸준히 그 대체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이란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쓰고 있는 그 말이 일본식 언어라는 사실 조차 모른다. 알고나면 한번쯤은 다른 말을 써보려 할 것이다. 이 말 저 말 쓰다보면 언젠가 더 좋은 대체어가 통용되지 않을까?

우리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가오'라는 말과 '간지'라는 말이 있다. 둘 다 일제 강점기때 들어온 말이다.

'가오잡다’ 할 때 '가오'는 얼굴을 뜻하는 일본어(かおㆍ顔)에서 유래했다. 광복 이후 ‘얼굴’ 또는 ‘체면’으로 순화해 쓰도록 했지만 여전히 ‘가오(가) 서다’, ‘가오(를) 잡다’ 등의 형식으로 쓰인다. 순화어인 ‘체면’보다 좀 더 센 표현, 즉 허세잡거나 개폼잡는다는 뜻으로 '가오' 를 쓰는 것이다.

'간지나네' 할 때 '간지' 또한 '느낌'이라는 뜻의 일본어(かんじㆍ感じ)에서 유래했다. 순화어는 '느낌' 이지만 온라인이나 청소년들 사이에 ‘간지 스타일’, ‘간지 아이템’ ‘간지 나다’ 등 ‘느낌’보다 더 그럴듯한 의미를 갖는 말로 쓰여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의 유래를 안다면 어떻게 될까? 시간을 두고 머리를 맞댄다면 '간지나네'보다 더 좋은 말이 통용되지 않을까? 개학하면 친구들끼리 이 주제에 대해 토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본식 언어습관으로부터 독립운동을 벌이는 주체는 바로 미래의 주역인 우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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