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의 역사문화칼럼13] 상이군인 경기로 시작된 패럴림픽

장애인 올림픽의 역사

 

 

2018년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이번 평창패럴림픽에는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49개국에서 567명의 선수가 참가해 총 80개의 금메달을 걸고 경쟁을 펼치며 지난달 열렸던 평창 겨울올림픽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과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보여 주었다.

 

이렇듯 스포츠와 휴머니즘, 인간의 숭고한 의지를 보여준 패럴림픽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 역사는 단순히 장애인 스포츠 행사를 넘어서서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자 하는 살아있는 인류애의 외침으로부터 시작되었다패럴림픽 이전에는 비장애인과 경쟁해 좋은 성과를 냈던 장애인 선수들에 의해 장애인 올림픽의 밑거름이 다져졌다고 한다.

 

 

사고로 다리를 잃고 의족으로 평행봉과 안마에서 메달을 딴 미국 국가 대표 선수, 오른팔이 심하게 손상돼 왼손밖에 쓸 수 없었던 헝가리 사격선수의 25m 속사권총 금메달 획득,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이겨내고 2번의 올림픽에서 연속 은메달을 딴 덴마크 여성 승마선수 등은 장애, 여성 이라는 다양한 한계를 극복하며 이어 다가올 패럴림픽의 초석이 되었다.

 

 

장애인끼리 겨루는 스포츠 대회는 1948년 시작되었다. 이를 처음 조직해 패럴림픽의 창시자로 통하는 루트비히 구트만(1899-1980)은 척추 전문 의사였지만 유대계 독일인으로 차별받고 박해받던 난민이었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그는 세계 2차 대전에서 척추를 다쳐 휠체어에 의존하게 된 상이군인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설립된 스토크맨더빌 병원의 척추센터 초대 센터장으로 초빙되었다.

 

스포츠가 척추손상 환자의 육체적 재활은 물론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했고 이에 더하여 경쟁과 목적의식이 있어야 비로소 자신의 한계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경쟁하는 스포츠 활동을 강조했다. 이러한 신념은 자연스럽게 1948년 제1회 스토크맨더빌 대회로 불리는 세계 최초의 장애인 스포츠 대회의 창설로 이어졌다.

 

 

 

처음 영국 상이군인들끼리 겨룬 이 대회는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1952년 네덜란드 상이군인들이 동참하면서 국제행사로 발돋움하게 되었고 이후 1960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게 된 제1회 패럴림픽을 기점으로 4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게 되었다.

 

초기 스토크맨더빌 대회는 척추 장애와 팔다리를 잃은 상이용사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제1회 패럴림픽을 계기로 근육 손상, 팔다리 결핍, 운동장애, 시각장애인, 뇌성마비 환자 등 광범위하게 문호를 개방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직후 개최됐던 여름 패럴림픽은 새로운 전통을 만든 뜻 깊은 대회로 기억되고 있다.

 

원래 여름 올림픽 개최도시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열던 패럴림픽 대회를, 서울 올림픽에서는 폐막 직후 올림픽 시설을 그대로 활용, 같은 장소에서 개최함으로써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하나로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민국이 겨울 여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고 여기에 더해 겨울 여름 패럴림픽과 2013년 겨울 스페셜올림픽까지 치룬 나라라는 사실은 정말 자랑스럽다.

 

 

하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서 최초로 난민팀이 조직되어 출전했듯이 이번 패럴림픽과 같은 장애인 스포츠 대회에도 난민팀이 정기적으로 출전했다면 더욱 뜻 깊은 인류의 축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얀마의 로힝야족이나 이라크 시리아 난민들은 전쟁과 질병, 사고, 박해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경우가 잦은데 이로 인해 좌절하고 절망하는 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하는 지구촌 축제야말로 진정한 국제행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패럴림픽에서는 난민팀이 정기적으로 함께 하는 길이 반드시 열리기를 간절히 바래본다장애인과 난민을 함께 아우른다면 인류애와 휴머니즘의 가치를 더욱 드높일 수 있을 것이다.

 

 

칼럼소개: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찾아  칼럼을 통해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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