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의 무비칼럼 7] <스파이더맨: 홈커밍> 완성형 히어로가 되어가는 피터 파커의 청소년 성장기

Welcom Home SpiderMan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드디어 마블의 영화로 돌아왔다. 사실 완벽하게 돌아온건 아니지만 현재로는 소니와 마블 모두가 Win-Win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두 회사간의 판권 문제를 다루려면 얘기가 또 길어지니 바로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보자.(최근 필자의 칼럼을 좋아해주시는 익명의 독자분으로부터 글에 군더더기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서 앞으로는 최대한 핵심만 전달하려 한다)


우선 스파이더맨을 관람하기에 앞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그 이유는 국내에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받았던 혹평의 이유와 연관해서 말씀드릴 수 있다. 바로 '미숙함'이다. 여기서 미숙함이란 연출이나 액션에서의 미숙함이 아닌 캐릭터가 보여주는 미숙함을 의미한다. 스타워즈의 카일로 렌과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피터 파터는 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캐릭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관객들의 입장에선 '무슨 악당/히어로가 저래?'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두 영화는 한 캐릭터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순수악이 되어가는 카일로 렌의 이야기를,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히어로로서, 그리고 청소년으로서의 피터 파커의 성장기를 담았다.



청소년으로서의 성장기를 닮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 영화이면서 청소년 성장 드라마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학교에서 흔히 보이는 아웃사이더, 친구관계, 짝사랑, 질투, 반항, 발랄함, 풋풋함, 기성 세대와의 불통 등 지금까지 마블 영화들과는 또다른 매력을 지녔다. 늘상 감탄하지만 마블의 영화들은 캐릭터 하나하나가 개성으로 살아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다. 이러니 어벤져스가 개봉할 때마다 대박이 터질 수 밖에.


참고로 사진 속 여자 아이는 피터 파커가 짝사랑하는 '리즈'로, 리즈에 대한 예상 밖의 반전이 있으니 눈여겨 보시길 바란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소모되는 캐릭터 하나 없이 모두가 제 몫을 해낸다는 것이다. 영화 전반의 유머코드를 담당하는 네드는 스파이더맨의 유일한 친구이자 (자칭)조력자로서 필자에겐 빌런인 벌쳐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네드가 피터의 정체를 알아버린 이후 피터에게 시도때도 없이 온갖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누구나 히어로에 대해서 한번쯤은 가져봤을 쓸데없는 상상들에 대한 질문이라서 개인적으로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던 장면이었다.



영화의 메인 빌런인 벌쳐는 지금까지 마블의 빌런들이 소모성이었다는 점에 있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빌런이었다. 벌쳐는 비주얼로 보나 스토리로 보나 흠 잡을데가 거의 없는 빌런이다. 물론 악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계기를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단점이 있지만 마이클 키튼의 연기력으로 충분히 커버 되었다. 지금까지 마블의 빌런들과 비교하면 가장 서민적이면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빌런이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마이클 키튼은 지난번에 이어 두번째로 버드맨을 연기하게 되었다. 나중에 앵그리버드나 리오 같은 애니메이션에서 더빙을 해보시는 것도 커리어에 일관성을 더하실 수 있지 않을까...



아이언맨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영화를 관람하러 가시는 분들도 꽤 많으실 것 같다. 토니 스타크는 이 영화에서 피터 파커가 슈퍼히어로로서 성장해 나가는데 결정적인 발단을 제공하게 된다. 예고편에도 나왔던 장면인데, 토니 스타크가 실수를 저지른 피터의 슈트를 빼앗으면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 슈트가 없으면 전 아무것도 아니에요!'

'슈트 없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더더욱 가져선 안돼.'


재밌는 점은 이런 충고를 하는 인물이 다름 아닌 토니 스타크라는 것이다. 사실 슈트 없는 본인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뇌를 거쳤던 인물이 토니 스타크였기에 그의 이러한 충고는 꽤나 묵직하게 다가온다. 동시에 피터 파커에게는 진정한 슈퍼 히어로로서 본인이 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개인적으로 토니 스타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 비중이 너무 크지도, 적지도 않게 딱 적당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벤 삼촌의 역할을 아이언맨이 대신 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히어로 무비에서 빠질 수 없는 액션은 어떨까? 여기서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텐데, 지금까지 스파이더맨의 액션이 주변의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액션, 특히나 빌딩 사이를 활강하는 멋진 장면이 주를 이루었기에 그런 액션을 기대하셨다면 다소 실망하실 수도 있다. 스파이더맨의 액션은 처음에 언급했듯이 '미숙함'이 주를 이루는 액션이다. 히어로가 된지 얼마 안됐을 뿐더러 스타크가 선물해준 슈트의 기능들은 채 숙지도 하지 못해서 실수를 남발한다.


여기서 필자는 오히려 스파이더맨 시리즈만의 메세지를 다른 방식으로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스파이더맨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책임감'이다. 그 전까지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유명한 대사를 통해 그러한 메세지를 전달했다면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책임감이라는 메세지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더이상 이야기는 못하지만 유람선 씬과 후반부 벌쳐와의 1대 1 격투 씬을 눈여겨 보시길 바란다.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으려다 보니 많은 얘기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마블의 팬들에겐 집으로 돌아오는 스파이더맨에 대한 환영으로써, 이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사랑해오신 분들에겐 또다른 매력의 스파이더맨을 보는 경험으로써 이 영화가 반갑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극 중 피터가 리즈와 함께 가는 '홈커밍 파티'는 어쩌면 집으로 돌아온 스파이더맨에게 마블이 열어준 조촐한 환영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칼럼소개: 영화 칼럼이 영화에 있어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칼럼은 하나의 견해를 제시할 뿐 영화에 대한 실질적 감상은 여러분 개인의 몫입니다. 영화에 대한 각자 다른 생각들이 모여서 서로 존중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조영호의 무비칼럼]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