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고 : 장서영 통신원] 정명고등학교의 명물 계림학사 생활 파헤치기 1편

정명고등학교는 부천 관내 인문계 고등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학생 기숙사 ‘계림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6월 기준 남학생 34명, 여학생 25명이 입사하여 생활 중인 계림학사는 1~2층에 남학생 면학실 및 침실, 3~4층에는 여학생 면학실과 침실이 조성되어 있다. 입사생을 선발할 때 서류와 면접을 통해 성적과 인성을 고루 반영하여 수준 높은 사내 학습 분위기 조성을 추구한다. 또한, 별도의 조식과 학교 건물 5층에 위치한 입사생 전용 자습실을 제공하는 등 학교에서 각종 혜택을 주어 꾸준히 학생들이 찾아든다. 계림학사는 학교 측에서도 신입생 유치를 위해 학교를 홍보할 때 심화반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할 정도로 명실상부 정명고등학교 최고의 명물 중 하나이다.

계림학사에 입사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정명고등학교 학생, 혹은 이 기사를 보고 정명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해 볼 학생들을 위해 직접 계림학사의 생활이 어떤지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계림학사에 입사해 생활하고 있는 2학년 윤지연(가명) 학생과 인터뷰를 짧게 진행했다.


(인사말 등은 생략함)

장서영 기자(이하 장) - 언제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했나요?

윤지연 학생(이하 윤) - 2016년도 2학기 초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쭉 살고 있습니다.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가네요.


- 와, 정말 오래되었네요. 사실 1년을 다 못 채우고 퇴사하는 학생들도 꽤 있잖아요? 지연 씨는 어떻게 그렇게 오래 버티고 계신 거예요?

- 물론 퇴사하는 친구들도 적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또 오래 버티는 친구들은 저보다도 오래 버티더라고요. 제가 2016학년도 입학생인데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기숙사에 있는 친구들도 있고. 버틴다기보다는 그냥 기숙사에 잘 맞는 체질인 것 같아요.


- 그럼 기숙사에 살면서 특별히 더 좋은 점이 있나요?

- 좋은 점이야 당연히 많죠. 일단 조식이 진짜 맛있어요. 사실 우리 학교가 급식 맛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조식은 메뉴도 굉장히 다양하고 맛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물론 가격은 조금 더 받지만 제값을 하는 것 같아서 아쉬울 건 없어요.


- 제일 기억에 남는 조식 메뉴가 있으면 말해 줄 수 있어요?

- 네. 보통 중식이나 석식은 국을 줄 때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 주잖아요. 그런데 조식은 그 갈색 뚝배기 같은 (실제로 뚝배기는 아니지만)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국그릇을 써요. 이상하게 그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런 그릇에 닭고기랑 면이랑 같이 끓인 뜨거운 국을 준 적이 있는데, 그때야말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것 같아요.


장 - 저까지 군침이 도네요. 조식 말고 다른 장점이 또 있을까요?

윤 - 일단 우리 학교가 해발고도 100m 이상을 자랑하는 산지에 있잖아요. 그래서 밤이 되면 되게 조용해요. 잡음이 없으니까 공부가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또 기숙사 자체적으로도 학습 분위기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서, 본인이 마음만 잘 잡히면 공부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어요. 아, 그리고 프린터랑 복사기가 무상으로 제공되어서 진짜 좋아요. 솔직히 학교 과제 할 때 대량으로 프린터 쓸 일이 있잖아요. 그럴 때 질 좋은 기계를 원 없이 쓰니까 편한 것 같아요.


장 - 프린터 얘기는 예상치 못했지만 정말 매력적이네요. 그럼, 혹시 힘든 점은 없나요?

윤 - 벌레. 산속에 있다 보니까 벌레가 끝도 없이 나와요. 처음 보는 벌레들과 매일 인사해요. 특히 돈벌레요. 돈벌레는 학교 건물에도 자주 나오죠? 그런데 기숙사에 오면 정말 기상천외한 장소에 돈벌레가 붙어 있어요. 얼마 전에는 4층 여학생 면학실에 무려 8마리가 한꺼번에 붙어 있었던 적도 있어요. 그리고 새로 생긴 벌레가 있는데, 정말 난생처음 보는 벌레예요. 어두운 곳에서 번쩍번쩍 광이 나요. 무서워서 관찰하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봐도 징그러운 건 확실해요. 이런 독특한 벌레들 말고도 모기며 말벌, 파리, 개미, 별별 곤충들이 아주 기승을 부리죠. 아, 그래도 모 해충 박멸 회사 상품을 사내에 들여놓긴 했어요. 그런 식으로 박멸 노력은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장 - 으아, 벌레라니, 많은 학생이 계림학사 입사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은데요. 뭔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윤 - 남학생 면학실에서 누군가 이미 딴 사이다 캔을 버리지 않고 내버려 둔 적이 있어요. 그때 개미가 엄청나게 꼬였거든요. 얼마나 꼬였냐면, 1층 남학생 면학실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개미가 3층 여학생 생활공간까지 퍼질 정도였어요. 그래도 그때 다들 ‘할 일은 제때 하자’ 라는 교훈을 하나씩 얻었으니까 나름대로 좋은 추억인 것 같아요.


장 - 와, 그런 것까지 추억으로 승화시키다니 지연 씨는 정말 계림학사 생활에 만족하나 봐요.

윤 - 네, 저는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장 - 그럼 마지막으로, 계림학사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 - 일단 힘든 점, 그러니까 제 기준 벌레쯤은 사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조금쯤 무시해도 되는 그런 거로 생각해요. 말은 저렇게 했지만, 공부 열심히 하고 잠자고 그런 생활을 하다 보면 사실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그런 거에 비해 장점이 더 뚜렷하고 많은 것 같아요. 일단 조식을 꼬박꼬박 챙겨 먹으니까 규칙적인 식습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기숙사 내에서는 전자기기의 사용을 최대한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또 아침마다 등교하면서 힘들게 산길을 오를 필요 없이 계단을 통해서 빨리 건물에 도착할 수 있어서 편하기도 해요. 무엇보다 자습 시작 전에 룸메이트 친구들과 간식이라도 소소하게 나눠 먹으면서 좋은 추억을 쌓기도 해요. 만약 정말 공부를 마음 잡고 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면 계림학사 입사에 도전해 보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처럼 계림학사는 입사생이 크게 만족할 만큼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계림학사는 많은 입사생을 유치한 만큼 분명히 많은 퇴사생 역시 배출해낸 바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렇게나 장점이 많은 계림학사 퇴사를 결정하는 학생들의 말을 한번 들어보고자 한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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