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우의 시사칼럼 5] SKY로 가는 지름길

'대학교를 잘 가면 좋은 직장 얻고 돈 많이 벌 수 있어.'


당연한 이야기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사회구조가 유지된다면 말이다. 비록 '돈 많이 벌 수 있어' 후에 나올 이야기는 불분명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서 '돈'이라는 단어 뒤에 뭔가를 더 생각한다는 것은 사고의 낭비일 뿐이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이 문장은 고등학교 들어가서 마음에 새기면 되었다. 그러나 요즘 그러면 너무 늦다. 대학교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고등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는 원래의 문장을 조금 수정한 버전이 유행하고 있는 듯하다. '고등학교에 잘 가야 대학교를 잘 가고, 좋은 직장 얻은 후 돈 많이 벌 수 있어'로 말이다. 그러나 이 수정된 문장도 위태롭다. 조만간 중학교도 추가될 것으로 필자는 바라본다.


대학교에 잘 간다는 것의 의미는 우리나라 국민이면 모두가 다 알 것이다. 그 대학교들은 그들이 마치 대한민국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곳임을 자칭하는 것처럼 'SKY'라고 불린다. SKY는 전국 모든 학생이 희망하며 꿈에 그리는 학교이다. 이 정도 대학교에 가야 우리는 대학교 잘 갔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고등학교에 잘 가는 것이란 무엇일까? 또한, 왜 그러한 고등학교가 궁극적인 목표인 '돈'을 쟁취하기 위한 첫 단계가 되는 것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고등학교에 잘 가는 것이란 특목고나 자사고를 가는 것이다. 외고는 언어에 특출난 학생들, 국제고는 국제에 관련해 뛰어난 지식과 능력을 갖춘 학생들, 자사고는 전 과목에 걸쳐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다시 말해 골고루 다 잘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는 한마디로 똑똑한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다. 그 밖에 예고, 체고, 마이스터고 등이 있지만 이 학교들은 폐지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이 칼럼에서는 특목고 영역에서 제외하겠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일반고보다 여러 장점을 지닌다. 우선 수시 전형으로 대학교에 갈 때에는 일반고 학생들보다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 대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나 여러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직접 개설하여 운영함으로써 일반고 학생들보다 차별화된 생활기록부를 완성할 수 있으며 교과 시간에도 수준 높은 수업 진행, 여러 실험 도구 등을 활용하여 일반고에서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을 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우수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다 보니 학습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이유로 상위권의 중학생들이 특목/자사고를 꿈꾼다. 필자도 그렇고 내 주변 많은 친구도 고등학교에 잘 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계획이 좀 꼬일 것 같다. 그가 특목/자사고를 폐지한다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 공약이 실현된다면 고등학교의 전기 모집 방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앞으로는 특목고와 자사고 모두 일반고와 같은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다. 공약의 취지는 일반고와 같이 후기 모집으로 학생을 선발해 자연스러운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고, 나아가 고교 서열화와 학력에 따른 차별을 없애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특목/자사고는 과거 존재했던 우열반처럼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나눠 고등학교의 서열화를 만들어낸다. 또한, 특목고와 자사고가 명문대 입시의 지름길로 전락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한 통계자료가 이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000명당 매년 서울대 입학생 수가 일반고는 3.6명인 반면, 자사고는 31.4명이나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목고도 자사고와 비슷한 수준이다. 필자는 특목고, 자사고를 졸업한 고등학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학교들이 자랑하는 여러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실제로는 대입이라는 틀 안에 박힐 수도 있을 우려가 존재할 뿐이다.


과연 특목고를 폐지해야만 이러한 문제들이 사라질 것인가? 그건 아니다. 분명히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고등학교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아리를 직접 개설하는 것이 대입과도 연관이 있지만, 개개인의 능력을 향상한다는 측면에서 더 의의가 있고 특목고와 자사고가 폐지 된다면 언어, 수학 과학, 국제 부분이나 골고루 다 잘하는 인재들은 더 좋은 시설에서 탐구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그나마 펼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특목고가 폐지되어 일반고만 존재하더라도 인재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생기기 마련이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특목고의 폐단을 막기 위해 그것들을 폐지하는 것보다는 특목고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여러 방편과 제도들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상 지금과 같이 대학이 가장 우선시 되는 상황 속에서는 방편과 제도들의 현실성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더욱 근본적인 교육 제도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교에 잘 가면 좋은 직장이 보장되고, 더 나아가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현 사회에서는 특목고와 자사고가 SKY에 가는 지름길로 변질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대학이 우선시 되는 지금 같은 상황이 개선 된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은 당연히 사라질 것이며 더더욱 본질을 추구할 수 있는 교육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특목고 폐지. 현재 중학교 2, 3학년에게 요즘 들어 가장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까 싶다. 여태껏 준비해온 학생들은 지금 이 시기가 가장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기에 교육제도가 총체적으로 개혁되어야만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특목고가 폐지 되든, 폐지 되지 않든, 혹은 일부만 폐지 되든 우리나라가 미래에 맞이할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실효성 있고 진정성 있는 교육을 제공해주길 바라며 이 칼럼을 마친다.




칼럼소개 : 안녕하세요. 보평중학교 칼럼니스트 권영우입니다.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 세상이야기를 진솔하지만 날카롭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제 칼럼 많이 읽어주시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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