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빈의 가요칼럼 4] 당신을 불편하게 할 음악들 – 페미니즘 팝

단짠단짠 ④ - 셀러브리티 페미니즘, 불편하다고?


 


몇 년 사이 전 세계의 화두는 페미니즘으로 귀결되고 있다. ‘페미니즘이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대해 논하는 학문인데생겨난 지 약 60년도 채 되지 않은 이 급진적인 운동이 현대인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패트리샤 아퀘트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할리우드의 남녀임금격차가 공론화 됐으며, 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2014년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는 비욘세가 FEMINIST'라는 글씨와 함께 등장하였고, 레이디 가가는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2명의 성폭행 피해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감동적인 퍼포먼스로 극찬을 받았다.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외적인 잣대에 항의하는 의미로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무대에서 당당히 노래한 앨리샤 키스의 노메이크업 운동도 이목을 끌었다. 그 외에도 많은 해외 연예인들이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자명하게 밝히는 일이 잦아졌다. 이를 여성계에서는 셀러브리티 페미니즘이라고 칭한다.

유명 연예인들의 페미니스트 선언과 양성평등 관련 발언 및 활동 등을 의미하는 셀러브리티 페미니즘은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는 페미니즘 갈래의 이슈이다. 다양한 분야에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들의 이 같은 행동은 대중이 페미니즘을 가깝게 느끼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페미니즘을 고루한 철학이나 정치적인 운동으로 여겼던 사람들이 바로 자신들 앞에 직면한 문제임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으로 팝 시장에서도 여성의 힘을 강조한 우먼파워 송이나, 남성의 우위적 행위들을 반어적으로 꼬집은 스테레오 타입의 곡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많은 여성들에게 지지를 받았던 페미니즘 팝 네 곡을 선별해보았다.

  


1. Beyonce Run the world

Who run the world? Girls!


비욘세는 여성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가수로 유명하다. 그는 데스티니스 차일드 시절부터 여성에 대한 노래를 해왔는데, <Independent woman part.1> 앨범에서는 여성들이 외적인 모습에 얽매이는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쳤고, <single ladies>에서는 독립적인 여성의 당당함을 노래했다. 그리고 2011년 발매된 ‘Run the world’는 이러한 비욘세의 노래들 중에서도 가장 여성 임파워링의 의미가 강하다. 'Run The World'는 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여자의 일이라고 외치며,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권한과 우먼파워를 강조하고 있다. 마치 큰일은 여자가 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시대착오적 통념을 깨는 듯한 계몽적인 가사들이 멋있는 곡이다. 이 노래는 비욘세의 멋있는 퍼포먼스로도 유명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볼 것!

 




2. Fifth Harmony That’s my girl

Good girls better get bad


‘Worth it’으로 큰 흥행을 거둔 피프스 하모니가 내놓은 2집 앨범의 인트로이다. 평소에도 걸파워 하모니라 불리며 꾸준히 여성의 주체적인 행동을 노래해오던 그룹이지만, 이렇게 확실한 워딩으로 때려 박은곡은 처음인지라 많은 리스너들이 새삼스럽게 놀라기도 했다. 계몽적인 가사와 마치 여전사 같은 당당한 퍼포먼스가 비욘세의 Run the world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That’s my girl’은 구어적인 표현으로 굳이 의역하자면 아주 잘했어, 나의 소녀!’ 정도가 되겠다. 정신 나간 독립을 얻자는 유쾌한 표현도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피프스 하모니 특유의 재미있게 비꼬아 말하는 뉘앙스가 잘 녹아들어있다. 세상의 잣대에 치여 자존감을 잃은 여성들에게 해방구 같은 곡이다. 



3 U.S.Girls (Meghan Remy) - Woman's Work

That woman's work is never done


U.S. 걸스는 미국 일리노이 주 출신의 멕 레미(Meghan Remy)2007년에 결성한 일렉트로닉 아트 팝 밴드다. 멕 레미는 자신이 항상 화나 있으며, 음악으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편함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소리를 내며 문제로 논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앨범의 마지막 곡인 ‘Woman’s work‘는 그의 불편함을 잔뜩 묻혀낸 곡이라고 볼 수 있다. 맥 레미는 여기서 ’Woman’s work‘는 성형 수술을 의미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자신이 위치한 할리우드라는 공간에서 여성에 대한 강압적인 외모 잣대로 인해 행해지는 일들에 대해 꼬집은 것이다. 가디언지는 그녀의 노래 안에서 U.S.걸스는 맥 레미 혼자가 아닌 모든 여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4. Jennifer Lopez - Ain't Your Mama

No, I ain’t your mama!


제니퍼 로페즈의 컴백 싱글 ‘Ain’t Your Mama’는 팝 시장이 한창 페미니즘의 물결을 타고 있던 지난 해 깜짝 발매되었다. 이 곡에서 제이로는 나는 네 엄마가 아니잖아.’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하는데, 여성을 사회적인 권력으로써 지배하고자 하는 남성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는 노래이다. 특히 여성을 계몽한다기보다는 남성들의 독립적이지 못한 행위들을 비판하는 경향이 큰 곡이다. 뮤직비디오도 남편을 위해 가사 일을 하던 여성이 각성을 하는 독특한 스토리라인으로 페미니즘을 표방하고 있는데, 속의 제니퍼 로페즈가 ‘Human rights are women’s rights, and women’s rights are human’s rights, once and for all’ -인간의 권리는 여성들의 권리이고, 여성들의 권리는 곧 인간의 권리이다- 이라고 연설하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페미니즘을 논하는 셀럽들이 이전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근 몇 년간 큰 유행이 된 요인에는 SNS와 함께 팝시장의 변화가 꼽히고는 한다. 사회의 계몽, 그 중에서도 성차별의 타파라는 조금은 다루기 무거운 주제들에 과감히 도전한 가수들 덕분에 세계적으로 많은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셀러브리티 페미니즘이 자기홍보의 수단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순기능이 더 많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신문물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기득권층 남성들 덕에 여전히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성 관념이 전반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예능에서는 남자들은 여자를 위해주고 살아간다’,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머리가 안 된다등의 발언들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현실이다. 힙합판은 어떠한가? 남성 래퍼들은 실존하는지조차 불분명한, 형체 없는 빗치(Bitch)혹은 김치녀들을 향해 허공 복싱을 해대고는 한다. 이미 해외 음악 시장에서는 페미니즘이 대세로 자리 잡아 남성 아티스트들이 나서서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는 시대인데도 말이다. 이는 굉장히 퇴행적인 모습들이다. 실제로 해외 K-pop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음악시장은 음악적인 발전에 비해 사상적인 부분이 진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는 회의적인 반응들이 많다.

우리는 불편한 것을 습관적으로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멕 레미의 말처럼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편함이다. 그것을 인지하고 목소리를 내는 순간부터 세계사의 흐름은 바뀐다. 당신에게서 불편한 마음을 이끌어내는 이 음악들이 사회에 가하는 영향력은 매우 파괴적이고 강력하다. 이 멋진 팝들을 듣고, 불편해하고, 고민해보는 그 과정들은 간단하지만 결코 미약한 일이 아닐 것이다







칼럼 소개: 감정의 올을 바느질하는, 덜 여문 글을 씁니다. 음악과 문학, 가요와 시. 장르의 경계를 적당히 허물어가며, 재미있고 다양한 각도의 견해를 담은 '단짠단짠'한 칼럼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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