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의 영화칼럼 1] <위플래쉬> 천재를 향한 채찍질[해석편]

Jazz Drum Music Movie - Whiplash


2014년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한편의 재즈드럼 영화 "위플래쉬"는 개봉 당시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광기에 가까운 열정의 드러밍으로 많은 관객들을 설레게 하였다.



영화 속 주인공으로 나오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는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 매일매일 열심히 연습하는 학생인데, 우연히 "플렛처" 교수의 눈에 띄게 되어 플렛처 교수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천재는 만들어 지는 것인가, 재능을 찾는 것인가?"


위플래쉬는 영화 전개 내내 관객들에게 이 주제를 끊임없이 묻는다. 플렛처 교수는 음악대학에서 매우 뛰어난 교수로 칭송 받음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난무하는 이른바 "미친" 교수님이었다.


영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 Whiplash"라는 단어는 한국어론 "채찍질"이라는 의미이다. 교수가 자신의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폭언과 폭력으로 채찍질 하는 것은 오직 "천재 제자"를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길러 내겠다는 굳은 신념에서 나왔다 볼 수 있는데, 플렛처 교수의 굳은 신념을 달성해줄 대상으로 앤드류가 걸리게 된 것이다.


플렛처 교수에게는 "완벽한 음악" 만을 지향한다.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학생들에게 어떤 짓이라도 할 사람이다. 그의 밴드에서 연주하는 학생들은 전부 음악을 즐기는 즐거운 얼굴이다기 보다는 음표 한 자 라도 틀릴까 겁에 떨며 수동적인 연주를 계속해서 해 나간다.


이런 플렛처 교수의 강압적인 교육방식때문에 결국 자살한 학생까지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플렛처 교수는 자신의 교육방식때문에 고통받는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도, 덜어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보잘 것 없는 주인공 즐거운 것은 드럼 뿐


주인공 앤드류는 학교에서 좋은 취급을 받는 학생은 아니다. 영화 시작부터 학교에서 그의 친구는 없고 외톨이인 모습을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 그의 열등감과 성공에 대한 집착은 친척들과의 대화에서 드러나게 되는데 자신의 사촌이 축구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친척의 말을 듣자 곧이곧대로 반박하듯이 자신 또한 음악적으로 성공한 연주가라는 것을 성내며 강조한다.


앤드류는 대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딱히 뛰어난 캐릭터가 아니었으며 결국 드럼에 집중하기 위해 잘 만나던 여자친구와도 이별을 일방적으로 선언한다. 점점 비참해져만 가는 자신의 상황 속이 최고의 드러머가 되어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열망은 곧이곧대로 연주에서 보여진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겠다는 목적만 가지고 있는 앤드류와 최고의 제자만을 만들고 싶은 플렛처 교수는 서로 가치관에서 맞물리게 된다. 플렛처 교수는 앤드류가 능숙하지 못한 드럼기술이 있다면 될 때까지 시켰다. 손에서 피가 나던 정신이 미쳐버리던 교수에게는 알 바가 아니었고 앤드류는 자신의 대인관계가 어떻게 되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던 상관이 없었다. 이 둘에게는 "완벽한 드럼 연주" , "최고의 드러머" 오직 이 두 단어만 각인되어 있을 뿐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숨 쉴 틈 없이 빠른박자로 구성되어있는 재즈합주곡들은 처음에는 아름답고 흥겹다는 생각을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이 음악들은 마음 편히 듣거나 즐길수 없게 된다. 자신만의 신념을 추구하는 플렛처 교수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최고만이 되고싶은 앤드류의 광기는 우리에겐 불안감과 긴장감을 더욱 추구하게 된다.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천재탄생론


위플래쉬를 만든 감독 다미엔 차젤레가 영화에서 말하려고 했던 부분 중 하나이다. 예술에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모습들을 모두 버리고 오직 예술에만 미쳐야만이 최고가 되고 남들이 말하는 천재의 영역에 다다를 수 있다는 관점이다.



영화 후반, 그는 교통사고에 당해도 연주회에 늦을까 봐 치료조차 하지않고 달려온다. 이 장면에서 드럼에 대한 앤드류의 광기를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낸 부분이다. 이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도 앤드류는 하루 종일 드럼만 친다. 자신의 일상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앤드류가 끝까지 치지 못하던 재즈 합주곡 "위플래쉬"의 드럼 독주부분을 한 음표도 틀리지 않고 이른바 "완벽한 연주"를 성공하고 천재의 경지에 도달하며 플렛처 교수는 앤드류를 보며 웃으면서 끝나게 된다.


단순히 마지막 장면만을 보았을 때는 이 영화가 스승과 제자간의 갈등 그리고 그 이후 제자의 성공 이라는 감동적인 줄거리의 영화가 아닐까? 싶을 수도 있지만 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관객마다 정말 많은 평이 갈리게 된다.


플렛처 교수와 앤드류의 갈등은 마지막 연주에서 풀리게 되었고 앤드류는 자신이 원하던 "천재 드러머" 타이틀을 딸 수 있었고 플렛처 교수는 "천재 제자"를 길러내는데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과연, 앤드류는 남은 인생을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예술의 경지에서 극한의 절정을 한번 맛본 그는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더 이상 행복이나 즐거움을 느낄수 없을 것이다.


드럼에서의 극한의 절정을 뛰어넘을 것이 그에게는 없었으며 그는 그 절정을 맛 보기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버리고 드럼에게만 모든 것을 바쳤다.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였다기 보다는 "과연 천재가 되기 위해 우리는 인생의 모든것을 버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심어주는 영화이다.


시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더 다양한 분야들이 생겨나고 세분화 되어 간다. 다양한 분야에서는 남들보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고 이는 오늘날의 "천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영향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천재를 지향하고 찬양하는 우리 사회에서 천재의 이중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영화였기에 "위플래쉬"를 필자는 추천하고 싶다.





칼럼소개 : 스포일러가 난무하는 혼돈의 영화해석 / 추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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