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교육의 3주체가 모인 청매실 2번째 활동,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청소년 매니페스토 실천단의 2번째 활동은 8월 23일 수요일 오후 2시에 개최되었다. 저번 발대식에서 '분기에 한 번씩 모여서 활동하게 될 것 같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약 한 달 만에 다시 모였다. 개최 장소는 성남 국립국제교육원의 국제홀이었다. 시작 시각은 2시 정각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민방위 훈련 때문에 20분가량 늦춰진 2시 20분쯤에 행사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사전에 청매실 단체 채팅방에서 과제를 받았다. 10개의 공약에 대해서 이 공약의 필요성에 관한 자신의 의견과 이유 등을 패들렛에 올리는 것이 과제였다. 행사가 시작되고 나서 그 패들렛에 올라와 있는 많은 의견 중 3개 정도만 발표하였다. 그다음으로는 교직원 평가단과 청매실 단원들이 모둠별로 10개 공약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교직원 평가단은 현직 교감 선생님 및 행정 실장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약 3~4개의 공약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는 20분간 쉬는 시간을 가졌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2부가 시작되었다. 2부에서는 위층에서 다른 활동을 진행하고 있던 시민 평가단이 내려와서 각 모둠에 합류했다. 시민 평가단에는 은퇴하신 선생님, 학부모님들이 있었다. 다음으로 정책 기획관님이 학생, 교직원, 시민 평가단에게 하는 말씀이 짧게 있고 난 뒤에, 모둠별로 시민 평가단과 함께 경기 교육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마지막 활동은 변경될 11가지 공약 과제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었다. 변경 요청 사항을 읽고 변경 사유가 타당한지를 판단해서 가/부, 즉 동의하는지 안 하는지 토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활동에는 큰 문제점이 있었다. 변경 요청 사항 자료가 학생들이 읽기엔 너무 어려운 단어로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어려운 단어뿐만 아니라 전문용어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필자가 읽은 자료에는 '620 예산'이라는 말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620억 원 예산'이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모둠의 교직원 평가단원께서 학교에 주는 예산 종류의 이름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 교직원 평가단원은 학생이 읽는 자료에 이런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당혹스러워해했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을 들어도 620 예산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고 있지 않으면 그 변경 요청 사항을 판단할 수는 없었다. 620 예산이 420 예산으로 변경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또 교직원 평가단원에게 일일이 설명 듣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이렇게 자료에 어려운 말이 많이 있어서 원활한 진행이 불가능했다. 필자가 속한 모둠뿐만 아니라 다른 모둠도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이 마지막 활동은 각 평가단원에게 실망과 혼란스러움만 남긴 채 어영부영 종료되었다. 변경 요청 사항 평가 활동에서 도출된 결과는 없는 셈이다. 따라서 예정되어 있었던 결과 발표 시간은 간단하게 소감 발표 시간으로 대체됐다. 도출된 결과가 없는데 결과를 발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서 실속 있었던 활동은 교직원 평가단과 청매실이 경기 교육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이었다. 실제로 학교에서 실시했음에도 학생들에게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정책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예를 들어 AI 튜터 학습 지원 정책은, 학생 대부분이 청매실 활동을 하며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는 AI 튜터가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청매실 단원들이 판단하기에 좋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AI 튜터를 사용하는 경우는 주변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 정책이 실제로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느끼기에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학생들이 느끼는 정책을 교직원 평가단과 공유했다. 이것 말고도 요즘 이슈화되어 있는 교권 이야기도 교직원 평가단과 함께 나누었다. 필자가 속해있던 모둠의 학생들은 모두 교권 침해 예방 교육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번에 마련한 정책 중 하나인 '교권보호 지원센터 확대 운영'에 대한 교직원 평가단원의 솔직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한 교직원 평가단원은 경기도 내에 6개의 교권보호 지원센터가 생겼다 해도, 그 센터와 거리가 먼 학교라면 실제로 선생님들이 이 지원센터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사항에 관해 얘기하며 경기교육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교직원이 느끼는 교육 정책도 알 수 있었고, 교직원 평가단에게 학생들이 바라는 점도 전달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 활동만큼은 필자가 상상했던 이상적인 매니페스토 활동이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마지막 활동, 그러니까 공약과제 변경 요청 사항을 판단하고 토론하는 활동은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먼저 첫 번째 문제점은,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 자료는 교직원처럼 교육정책에 관해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읽는 문서 그 자체였다. 주최 측에서 학생들을 고려했더라면 이 자료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어야 했다. 두 번째 문제는 자료 내용의 일부가 평가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어떤 공약과제 변경 요청 자료를 보면, 변경 사유가 '오타'였다. 공약과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타가 생겼으니 그것을 변경하겠다는 말이다. 오타가 난 것은 당연히 변경하고 수정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것을 평가단에게 주며 이 변경 사유를 동의하는지 판단하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소위 '답정너'라고 불릴만한 평가 자료가 있어서 단원들은 당황했다. 일부 교직원 평가단원들은 진행자에게 직접 이 활동의 문제를 항의하기도 했다. 진행자는 활동이 전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행사에서 아쉬운 점은 하나가 더 있다. 청매실 단체 채팅방에서 진행자가 행사 중 단원들에게 공유한 '2023년도 공약 이행평가 자료'를 보면 10일 동안 사전평가를 진행했다고 나와 있다. 학생 평가단의 사전평가는 패들렛을 활용해 10개의 과제를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학생 평가단, 그러니까 청매실 단원들이 사전평가를 진행한 것은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는다. 청매실 단체 채팅방에 사전평가 패들렛 주소가 공유된 것은 행사 2일 전이기 때문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약 이행평가 자료에 실은 것이다.

 

행사가 끝나고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예상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마지막 활동에서 학생들이 그런 문서를 읽는 것을 어려워할 거란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고 그 자료를 그대로 줬다는 것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준비가 매우 미흡했거나, 이 행사가 보여주기식 활동이거나. 부디 이 청매실 활동이 보여주기식 활동은 아니길 바란다. 아쉬운 점이 여럿 있었던 행사였지만, 다음번 청매실 활동을 할 때는 학생들을 충분히 고려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활동을 준비하길 바라는 바이다.

 

(청소년 매니페스토 실천단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청소년 매니페스토 실천단 효과가 있긴 한걸까' https://www.goeonair.com/news/article.html?no=29298  -2023.07.19 미디어 경청 기사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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