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김 숨 작가의 책 '한 명'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가 단 ‘한 명’만 남게 되었을 때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에 따른 일본 정부의 위로금 출연 절차가 완료된 것으로 1일 알려졌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재단 측에 따르면 1일 오전 국내 거래 은행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에 출연금 10억엔(108억원)을 송금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위로금 출연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재단은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진행할 전망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출연금 10억엔을 송금함으로써 더 이상 위안부문제에 관한 책임을 질 의무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기는 것이죠. 심지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문제도 추후 계속 논의할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한 소설가 김숨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한 명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김숨 작가는 그간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을 집중적으로 탐구해왔습니다.


피해를 증언할 수 있는 할머니들이 아무도 남아 계시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므로 소설을 통해 그런 점에 경각심을 가지게 하고 싶고, 그것이 문학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 그녀는 300여 개에 이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들을 재구성해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한 서사를 완성시켰습니다.


시간이 흘러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명뿐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한 이 소설은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히지 않고 살아온 어느 한 명의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증언으로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킨 이 소설은 위안부 할머니가 이 세상에 단 한 명 살아있게 됐을 때, 그 한 명이 세상에 남은 또 다른 한 명을 만나러 가기 위해 고뇌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의 잔혹성과 내상을 선명히 전합니다.


또한 저자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고통스러운 경험과 사건이 주는 충격과 함께 살아남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그 이후의 삶을 조명합니다.


80여 년 전 열세 살 소녀였던 그녀는 마을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다 난데없이 나타난 사내들에게 잡혀 만주로 끌려갑니다. 그날 이후, 강제로 끌려온 다른 소녀들과 함께 일본군에 의해 육신을 난도당하는 성적 학대와 고문을 당합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참혹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아픈 기억을 영원히 짊어진 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삶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자신의 과거가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며 형제들까지도 피해 홀로 힘겹게 살던 그녀는 어느 날 티브이를 통해 공식적인 위안부 피해자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 이제야말로 세상에 혼자 남는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지금껏 숨겨왔던 자신의 존재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남아있는 일본군 위안부생존자는 46명입니다. 이 사실로만 미루어본다면 자칫 잘못 생각해 생존자수가 한 명이 올 날이 많이 남아있다 안심할 수 있으나 그건 지나치게 편협하고 안일한 생각입니다. 원래 일본군에 끌려간 조선인 위안부는 적게는 5만에서 많게는 수십만까지 추정되고 있으며, 그 중 46명이라는 수는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더불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일본군 위안부할머니들은 노화로 인해 건강이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올해만 벌써 여섯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이 수는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안타깝지만 한 명이 결코 먼 훗날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위안부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할머니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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