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깔창 생리대' 기억하세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 이벤트에 끝나지 않도록

몇달 전 SNS에 생리대를 구입할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에 휴지를 대고 쓰고 있다는 사연이 올라오면서 큰 파장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거나, 한 부모 가정에서 성장하는 소녀들은 생리대 구입에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의 생리대를 아껴 쓴다거나, 논란이 되었던 깔창에 휴지를 대고 쓴다던 지의 비위생적이고 안타까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흔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청소년기의 여학생들은 생리문제에 특히 민감하다. 생리가 축복받아야 할 현상 이라기보다는 숨겨야 하고, 불편하고, 부끄러운 것이라는 느낌을 생리를 처음 시작하는 때부터 강하게 받아오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하고 민감한 상황에서 생리 대 조차 제대로 구입하기 힘든 그 친구들의 상황을 생각해보자니 마음이 먹먹하다. 현재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전주시에 도움을 요청한 청소년만 모두 830여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국내 저소득층 가정의 여학생은 약 10만명(국가정보포털)에 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830명을 훨씬 넘는 학생들이 생리대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는 이러한 문제들을 후원금 등을 통해 해결해 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후원금이 소진되면서 사업이 중단될 처지에 놓인 곳들이 많다.

 

이번 SNS논란 이후 여러 곳에서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한 기부활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원 받아야할 청소년들의 수는 많고 거기다 유독 비싼 생리대 값에 의해 장기적인 도움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해준다면 좋겠지만, 초기에 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때만 해도 당장이라도 해결해 줄 것만 같던 정부는 현재 별다른 대응이 없다.


전주시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해주기 위해 지원 근거인 조례를 제정하고자 보건복지부에 이에 관한 제도에 대해 협의를 요청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여러 가지 생계급여의 중복 문제(이미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생리대 지원을 위해 필요한 돈이 생계급여에 포함되어 있다는 등), 중앙 사업과의 연계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로 두달 째 대답을 늦추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국민안전처가 재난현장에 지급되는 응급구호세트에서 생리대를 제외 한 걸 보면 정부가 여성 물품을 여성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필수품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임신과 출산은 장려하면서 그 과정을 보호해주고 존중해주지 못하다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의 당장의 생활이 달린 문제에 늦장 대응을 하는 정부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유독 비싼 한국의 생리대 가격 또 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생리대는 필수품이다.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기본 가격이 육천원 대에서 만원대라니. 돈이 없어 신발 깔창과 휴지를 사용한다는 사연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이다. 저소득층가구에겐 너무나도 큰 부담이고, 일반 가구 또 한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당장은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빠르게 지원해 주는 방향으로 정부가 결정을 내리고, 차차 생리대 가격을 아예 낮춰버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당연히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지원을 받아야지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이상하다. 

 

오천 원에서 만원 대 까지 하는 필수품이 어디 있을까.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를 가지 못하고, 한 번 쓴생리대를 또 쓰는 과정에서 위생상의 문제로 질병으로까지 이어지고. 이 글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생리대 깔창'사건으로 묘사되는 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안타까운지, 얼마나 말도 안되는지 이미 다들 알고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번 일이 1회성 이벤트에 그치치 않도, 우리 모두의 일 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