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무비적무비적]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망작으로 남은 이유

워너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 속에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개봉한지도 어느덧 2주가 지났다. 개봉 직후 엄청난 혹평을 얻어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니 역시 할리퀸에 대한 남성들의 기대...가 아니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악당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이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영화를 안 본 사람들도 이 영화가 어느정도 망작이라는건 익히 들어서 알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 훌륭한 소재의 영화가 한순간에 희대의 망작으로 남은 결정적 이유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이 영화가 망작으로 남은 가장 큰 이유는 철저하게 무시당한 개연성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정말이지 필자가 기대했던 '악당들이 깽판치는' 그런 영화가 될 것 같아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사실 이렇게 여러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의 경우 인물들을 소개하다 영화가 늘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경우 그들이 수용소에 잡혀들어온과정을 짤막하게 보여주면서 각각 캐릭터의 성격과 특성을 잘 보여주었다.


물론 할리퀸과 데드샷을 제외한 캐릭터들은 아주 짧게 지나갔지만 이 또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부로 넘어가면서부터 급격하게 좌초하기 시작하더니 후반부로 가서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직접적인 언급은 스포일러가 될수 있어 얘기하지는 못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비교를 해보도록 하겠다.



어벤져스가 관객들로부터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건 단순히 인기 히어로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도 이유겠지만 어벤져스는 각각의 개성도 다르고 능력도 다른 히어로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그 과정 속에서 생기는 팀 내부의 갈등과 이를 극복해나가며 비로소 완전한 팀이 되는 과정을 개연성있게 풀어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자, 지금까지가 어벤져스의 장점이었고 이걸 뒤집으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단점이 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악당들은 어벤져스의 히어로들만큼이나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심지어 그들은 '악당'이라고!!



지금까지 본적 없었던 악당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신선한 설정 하나만으로도 관객들을 충분히 열광시킬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그걸 뒤틀려버린 개연성으로 완전히 망쳐버렸다. 자기만 생각하고 깽판치고 도망갈 생각뿐이던 악당들은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길래 어느순간 끈끈한 동료애, 형제애로 뭉친 집단이 된것인가.


이 과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나름 계기라 할만한 장면은 있었지만 설득력이 없었다. '퓨리'를 연출했던 데이빗 에이어 감독의 영화라고 하기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전개였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역시 자세히 얘기하지 않겠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의 악역이 세계적인 총잡이, 악어인간, 정신이상자, 군인, 칼잡이, 부매랑잡이, 화염잡이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능력을 가진 이 팀의 상대로 어울린다고 생각한건가? 설정상 상대가 안되는 악역이다. 그 악역을 처단하는 과정은 더 가관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아무리 긍정적으로 본 관객들이라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일 것이다.



개연성이 떨어지게 한 것 중에는 신파도 한몫을 차지한다. 여기서 신파란, 극의 흐름이나 리얼리티와는 관계없이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거나 감동을 유발하게끔하는 장면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넣는 형태를 비꼬는 말이다.


사실 한국영화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자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이 신파인데, 필자는 정말이지 악당들이 깽판칠거라 예상했던 이 영화가 극 중후반부로 갈수록 신파를 전면에 내세울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이 신파가 악당들의 또다른 면을 보여주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여타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꾸준히 보아왔던 가정사, 트라우마를 왜 악당들에게서까지 봐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들은 뭐가 어찌됐던 간에 일개 살인자 또는 강도에 불과한 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에 대한 신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알고보면 착한 애들이라구요'식으로 밀어붙인다. 이 영화에 대해 개봉 전부터 몇가지 우려하던 것 중에 하나가 악당을 악당 자체로 그려내면 관객들의 반감을 살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선하게 그려내면 범죄자를 미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신파로 인해 영화는 대놓고 악당들을 미화하는 영화로 전락하고 말았다.



영화를 본 뒤 기억에 남는건 단 세가지 뿐이었다. 할리퀸, 조커, 그리고 워너의 조급함. 영화를 본 뒤 대부분 조커와 할리퀸에게 반해서 나왔다고 하는데 나는 이 영화에 굳이 조커가 등장해서 흐름을 끊었어야 했나싶었다. 물론 자레드 레토가 연기한 조커 자체에는 꽤 감탄했다. 개인적으로 코믹스 버전과 가장 유사한 조커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연기를 아주 잘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 영화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영화지 조커가 애인 찾아 떠나는 영화가 아니다. 안 그래도 개연성이 산으로 떠난 영화에 흐름까지 끊으니 망작으로 남을 수밖에. 조커가 등장한 이유는 조급한 워너브라더스가 다음 영화(배트맨 솔로무비)를 기대하게끔 무리수를 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배트맨 대 슈퍼맨과 똑같은 참극이 일어난 것이다.


이쯤되면 감독을 욕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마블의 성공을 보며 조급해진 워너가 어찌해야할지를 몰라서 이것저것 집어넣다 스스로 자멸한 것이다. 그 결과로 '마사 드립'이 탄생했고,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캐릭터와 전개를 모두 잃었다.


필자는 마블영화와 코믹스의 팬이지만 개인적으로 DC의 성공 또한 기원한다. 마블과 DC는 작품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고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잘 살린게 마블이고, 살리지 못한게 DC이다. '원더우먼'과 '저스티스 리그'가 2017년 개봉할 예정인데 두 영화에서는 부디 영화의 중심을 벗어나는 것들을 추가해서 흐름을 끊는 일이 없도록 하길 바랄 뿐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개인마다 분명히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