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빈의 문화 칼럼] 천국으로 가기 전 마지막 만남 , 무브 투 헤븐

 

고인의 지난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바로 집이다. 집에 있는 물건들은 고인의 삶이 어땠는지 가늠하고 추억할 수 있게 해준다. 고인의 마지막인 셈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유품정리사 이다. 오늘 칼럼의 주제는 유품정리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무브 투 헤븐>이다.

 

‘무브 투 헤븐’은 유품정리사 라는 직업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다. 유품정리사는 고인이 떠난 후의 집을 정리해주는 일을 하는 직업인데, 한정우와 그의 아들 한그루가 유품정리사 일을 하고 있다. 특히 그루는 아스파거 증후군이 있음에도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게 되고 ‘무브 투 헤븐’에는 그루만 남게 된다. 그래도 그루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던 일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조상구가 출소한다. 그는 이부형제인 한정우의 뜻으로 그루의 후견인이 되어 그루와 함께 ‘무브 투 헤븐’에서 일을 해나가게 된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어색하고 일을 진심으로 하지 않는 상구 때문에 어려움도 있지만 둘은 많은 의뢰인을 만나고 고인의 집 정리를 하며 점점 가족이 되어간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마다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기계에 상처를 입어도 병원에 갈 수 없었던 청년, 매일 은행에서 5만 원씩을 찾던 치매 노인, 데이트 범죄 피해자, 환자에 의해 숨진 의사, 직접 유품 정리를 의뢰한 노부부, 한국에서도 입양 간 나라에서도 국적을 얻지 못한 청년1까지 그들의 집에서 마주한 많은 사인(死因)은 마음을 아려오게 했다. 그루는 고인의 집을 둘러보며 고인의 마지막을 떠올리고 진심으로 위로한다. 그리고 그루의 뛰어난 기억력을 통해 그들이 남긴 메시지를 찾아주기도 한다.

 

그리고 점점 가족이 되어가는 그루와 상구가 기억에 인상 깊었다. 조상구는 감옥을 다녀온 전과자에, 안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초반에는 그루와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도 가족인가, 같이 일을 하면서 둘은 점점 가까워졌다. 그루와 함께 유품을 정리하면서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상구는 계속 그루의 후견인으로 남아 둘은 가족이 되었다. 날마다 같이 있어도 갈등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둘이 가족이 되기까지는 꽤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함께 하는 모습에서 나는 소소한 감동을 느꼈다.

 

필자는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사회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아파야 했을까. 왜 다쳐도 병원에 가지 못했고 왜 데이트 범죄에 놓여야 했을까. 모두가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좋았던 점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하루라도 빨리 몸과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품정리사 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남의 집을 정리한다는 게 쉽지 않다. 자기 방 치우기도 귀찮은 사람이 많은데 그들은 고인의 집 전체를 정리한다. 집 안에서 돌아가셨다면 혈흔이나 흔적이 남아있을 수도 있고, 각각 위생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 쉽지 않은 직업이다. 그런데도 진심으로 마지막을 맞이하는 모습에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와닿으면서 정말 소중한 직업이라고 느껴졌다.

 

<무브 투 헤븐>은 잔잔하게 흐르는 강 같은 드라마였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기에 더 좋았다. 흘러가듯이 주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생각해보기도 했다. 언젠가 죽게 된다면 유품 정리사를 부르고 싶다. 그들이 내 집, 그리고 내 삶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다.

 

각주

1 인용 https://www.sedaily.com/NewsVIew/22MEA7BD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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