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인의 독서 칼럼] 불행 밖 불행

나는 비마이너가 기획한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를 읽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이 책이 선감학원을 바탕으로 쓴 구술기록집인 것을 보았다. 하지만 난 우리나라의 강제수용소인 선감학원을 알지 못했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역사적 사건, 고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여 이 책을 읽고 칼럼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여러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글쓴이들의 입장과 더불어 소개해준 책이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 때 부랑아 단속 및 수용 조치를 위한 교화정책과 함께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새빨간 거짓이었다. 부랑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계신 어린이들도 길거리에 혼자 돌아다니면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무작정 선감학원으로 데려갔다. 선감학원은 경기도가 운영하고 국가가 관리하던 기관임에도 생활 환경이 매우 열악하였다. 밥에는 구더기가 있었고 피해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방장과 선생님에게 무차별적으로 맞았다. 심지어는 어린이들끼리 서로 때리게 하였다. 유익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매일 심한 노동에 몰아넣어졌다.

 

이러한 생활을 견디지 못해 탈출을 시도한 어린이들도 여럿 있었지만 선감학원이 있는 선감도는 바다에 둘러싸여 있고 갯벌이 있어 탈출이 쉽지 않았고 실제로 바다에 빠져 죽은 어린이들도 많았다. 게다가 도망치다 붙잡혀 선감학원으로 돌아간다면 무서운 처벌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탈출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 하는 목숨을 건 사투였다. 어린이들이 선감학원을 탈출한다 하더라도 주변 마을 주민에게 무임금 머슴으로 재납치 되거나 부랑아로 살게 되고 수용소를 탈출한 아이를 신고하면 쌀을 보상으로 주었기 때문에 주민은 망설이지 않고 그들의 존재를 경찰에 밝혔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도 다른 기관으로 다시 끌려가거나 자살, 범죄 등을 하였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선감학원이라는 수용소에만 집중하였는데 책 속 피해자분들의 경험을 통해 선감학원 탈출 이후의 불행한 삶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피해자 한일영 님은 선감학원을 탈출한 후에 이유없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나온 이후에도 직장에 들어가면 금방 쫓겨나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그는 호소하였다. 김창호님은 탈출 후에 가난함을 버티지 못해 도둑질하여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다. 김창호님께서는 강제수용소 탈출과 교도소 출소의 공통점을 말해준다. 첫째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견뎌한다는 것, 둘째 알코올중독과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병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 셋째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이것들이 감옥을 나오고나서 겪어야할 또다른 감옥인 것이다. 


나는 선감학원이 역사적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반인륜적인 수용소이지만,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을 더 큰 벽은 탈출 후에 맞서게 된 사회적 시선과 가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들은 본능 앞에서 무너졌다. 그들의 머리에는 도덕보다는 배부름이 중요하였고, 의로움 보다는 추위가 먼저였다. 바닥까지 내쳐진 그들에게는 그게 당연하였다. 만약 마을 주민이 물질적인 것에 눈이 먼 것이 아니라 그 작고 연약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면 그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회가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고 그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도록 지원했더라면 피해자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지 않지 않았을까? 자신들을 보며 경찰에게 신고하는 어른들, 이제 막 지옥을 벗어난 이들에게 다시 지옥을 선사하는 어른들, 아무 죄도, 이유도 없이 들어간 강제수용소와 범죄를 저질러 들어가는 교도소를 동일시하는 직장, 국가, 사람들.. 이들의 눈을 보는 그들의 눈은 어떠했을까. 물리적 폭행을 가했던 선감학원의 선생님, 방장의 눈과 심리적 폭행을 가했던 그들의 눈은 어딘지 모르게 닮았을 것이다.

 

나는 선감학원 탈출 이후 사회, 국가가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화가 났고,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피해자가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인식이 있다. 학교폭력, 성폭력 피해자들을 오히려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전과 같이 대해주지 않는다. 현재, 미래에는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부터 피해자들이 원하지 않은 동정 어린 시선, 불편한 눈길, 변화된 태도를 드러내지 않도록 교육하고 시민의식을 성장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가 이루어진다면 피해자 스스로 부끄러워하거나 피해자가 살기 힘든 세상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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