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사회 칼럼] 국가보안법은 가고 차별금지법은 오라

군사 쿠데타를 감행한 박정희와 전두환 두 전 대통령들은 자신들의 입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말했다. 그런데 역사를 보면 굉장히 우스운 결론이 나온다. 이승만, 박정희와 전두환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반국가단체의 수괴’가 되는 셈이다.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국가보안법 제2조 ①)”으로 했던 사건에 정확히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담 선거철마다 나오는 보수 정치인들의 ‘박정희 칭찬’은 국가보안법 제7조에 비추어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국가보안법 제7조 ①)”1한 행위가 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볼테르가 했다고 (잘못) 알려진 말이 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는 문장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어떠한 이념이든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함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무고한 피해자들만을 낚아 올렸다. 1970년에는 철거반원에게 “김일성보다 더한 놈”이라고 하였다는 이유로 한 철거민이 처벌을 받아야 했다. 50년이 지난 2020년에는 기여코 민중가요 하나 불렀다고 시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었다. 국가보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위는 당연히 다른 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형식적인 의미의 형법이 아니기에 처벌에 대한 근거는 이미 형법 군데군데서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굳이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을 붙여 법을 하나 더 만든 것은, 그 목적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정으로는 안 된다. 이제는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

 

 

네덜란드 헌법 1조는 이렇게 시작한다. “네덜란드의 모든 국민은 평등한 환경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종교, 신념, 정치적 의견, 인종 또는 성별 등의 어떠한 배경에 바탕을 둔 차별도 금지되어야 한다.”2 덕분에 네덜란드는 가장 관용적인 국가 중 하나이다. 범신론에 가까운 사상으로 탄압을 받았던 스피노자도 네덜란드를 선택한 바 있다.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법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권을 보호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3 그러니 이 법은 평등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억눌렸던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 그리고 청구권을 보장하는 셈이다.

 

더불어 대중적인 오해를 하나 바로잡고자 한다. 표현의 자유와 차별의 자유는 분명히 다르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쓰는 글이나 시위를 통해서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한다거나 하는 행위는(심지어 퀴어 퍼레이드에 반대하는 '혐오 시위'로 '맞불'을 놓아도) 차별금지법의 위반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동성애자를 강제적으로 아웃팅한다거나,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채용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자신의 성적 정체성(및 외관)과 다른 성별의 수감자를 위한 교도소에 수감하는 것은 분명히 차별이며 개인의 자유와 존엄에 대한 억압이다. 과학자로 잘 알려진 앨런 튜닝은 동성애로 기소되었으며, 수감을 피해 화학적 거세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그는 자살을 택했다. 2013년에야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었다. 허나 이미 늦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변희수 하사의 죽음으로 가시화된 바 있다. 관용 없는 사회, 존엄을 짓밟는 사회의 무서운 결론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그러니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국가보안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소명이다. 이 두 과제는 어느 한 진영이 떠맡아야 할 일이 아니다.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도 더 분명히 필요한 시점이다. 

 

각주:

인용: https://www.law.go.kr/법령/국가보안법

2  인용: https://blog.daum.net/c_court/374

3  인용: http://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N2K0Y0Y6O2J9K1Y0N4I2J2X1D0Y0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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