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원의 문화재 칼럼] 한지의 특별한 여행

래전부터 생활 속에서 여러 용도로 쓰이며 필수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한지는 오늘날에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포장용, 의료용, 섬유와 의류용뿐만 아니라 장례용으로도 활용되며 과학 기술과 융합된 한지 첨단제품1도 있다. 그러나, 비교적 저렴하고 생산성이 높은 수입 종이를 주로 생산하면서 한지는 점점 실생활에서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이 기사를 작성하게 되었다.

 

먼저 한지는 닥을 주로 사용해 만든 종이로, ‘닥종이’라고도 한다. 닥나무 종류 중에서도 우리나라 재래종인 ‘참닥’이 다른 닥나무에 비해 잘 찢어지지 않아 주원료로 쓰인다.2 이외에도 지역과 재료의 종류, 만드는 방법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2 이 중 오늘 소개할 한지는 바로 문경 한지이다.

 

문경 한지는 문경에서 닥나무 채취부터 한지 제조까지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한지장인 닥장이 김삼식 장인으로부터 만들어지는 한지이다. 2005년, 김삼식 씨는 문경 한지장으로서 경상북도 무형문화재에 지정되었고, 현재까지도 여러 종류의 한지를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통해 만들고 있다. 직접 닥을 채취해 솥에 찌고 껍질을 벗겨 잿물에 삶는다. 그리고 일광 표백 후 두드려 닥섬유를 만들고 물질하여 탈수하면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한지가 탄생한다. 종일 만든 한지의 양이 400장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매우 힘든 작업으로 귀하게 만들어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문경 한지가 어떻게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원래 문화재 보존처리 용도로 일본의 화지나 중국의 선지를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화지나 선지는 닥껍질이 얇아 한지를 만들면 쉽게 찢어진다.3 또한 화지와 선지는 만드는 과정 중 ‘쌍발뜨기’로 종이에 방향성이 생겨 내구성이 약하다. 이 때문에 루브르 박물관은 보존성이 더 강하고 품질도 좋은 문경 한지를 선택한 것이다. 아마 루브르 박물관의 문경의 전통 한지를 사용한 것이 문경 한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한지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경 한지가 이러한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고, 추운 겨울날에 몇 시간을 돌아다녀 채취한 닥나무를 찌고 삶기 위해 뜨거운 불 앞에 서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팔 아프게 두드려 만들어도 고작 400여 장이 되지 않는 한지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리고 화학약품은 일절 들어가지 않음에도 넣어 만든 저가의 수입 종이보다 더욱 질 좋은 한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전통 한지의 수준을 올려준다. 근데도 아직 많은 사람은 한지를 그저 ‘비싼 종이’라고만 알고 있다. 나 역시도 일반 흔히 사용하는 종이와 확연하게 차이 나는 가격을 가진 한지를 봤던 기억 때문인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시중에 돈을 더 중시하여 전통 한지로 둔갑한 한지가 비싸게 팔리는 예도 있다. 그러나, 이번 칼럼 작성을 기회로 여러 정보를 조사해보니 충분히 비쌀 만 했고, 문경 한지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한지는 더욱 그 가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아직도 한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꼭 문경 한지를 소개해주고 싶다. 아마 전통 한지를 바로 알게 된다면 나처럼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1. 참고 : http://www.hisc.re.kr/2014/inner.php?sMenu=E1500

2. 참고 : http://www.xn--289ap8y52kwjl.kr/paper/paper01

3. 인용 :  http://www.xn--289ap8y52kwjl.kr/paper/paper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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