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혜의 심리 칼럼] 우울하고 힘들다면 용기를 내어 도움을 청해보는건 어떨까요

나의 힘들었던 4월 이야기 &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_1388

한 몇 달 정도 지나면 해결될 것 같던 코로나는 아직 1년 반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블루(Corona Blue)에 이어, 코로나 레드(Corona Red) 그리고 코로나 블랙(Corona Black)인 용어까지 등장했는데, 우울과 분노를 넘어 좌절과 절망, 암담함마저 느끼는 상태라고 합니다.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우울, 불안, 위장장애, 수면장애 등 다양한데 이렇게 코로나 19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광범위하게, 치명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국가 재난 상황에서는 아동·청소년들이 정서적으로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이라고 하는데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이전보다 더 우울한가?'라는 질문에 32.4%의 청소년이 그렇다고 답했고 초등학생은 28.7%, 중학생은 27.6% 그리고 고등학생은 39.7%나 코로나 우울을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1

 

저도 또한 코로나 우울의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았는데, 우리 학교는 1, 2학년이 격주로 등교를 하고 있어서 예전보다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는 학교와 비교해서 말을 걸 사람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많지 않으니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고독하고 힘들었습니다. 저는 특히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친구들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많은데, 집에서는 그렇지를 못하니 저에게는 올해 학기 초가 매우 우울한 시간의 연속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한 반장이 되고 싶어서 나갔지만, 당선이 되고 나서 코로나와 함께하는 것이 막상 쉬운 일이 아니여서 더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거의 매해 반·부반장을 1, 2학기 골고루 맡아보았지만, 그 지난 경력의 시간이 다 무용지물이 된 것 같이 느껴졌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반 친구들 모두와 친해져야 하고 반장이니까 더 모범을 보여야 하며 성적을 올려야 된다는 압박감, 친구들을 어떻게 다 포용하면서 단합력 좋은 반을 만들어갈지, 등교하는 주에는 묘하게 흐르는 어색한 공기를 빠른 시일 내에 바꿀 수 있을지, 동아리는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등을 생각하느라 잠을 청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늦은 새벽에 간신히 잠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저는 더군다나 신학기 증후군을 가지고 있어서 더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아침마다 속이 메스껍고 소화가 안 돼 보건실을 하루에 2번가는 날도 서슴지 않았고 4월에는 어머니랑 다툼이 있어서 저의 우울함은 가면 갈수록 더욱 심해져 갔습니다. 동기부여가 되는 글 또는 영상을 봐도 삶에 의욕이 생기지 않았고 너무 우울해서 혼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었습니다.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서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는데 단짝친구가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어느 정도까지를 말해야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아, 오히려 저도 그 사람을 모르고 그분도 저를 전혀 모르는 익명이 보장된 고민 상담을 받고 싶어졌습니다.

 

혼자 속앓이를 하던 중, 예전부터 봐왔던 학교 포스터가 머릿속에서 쓱 스쳐 지나갔습니다. '1388' 이 네 숫자가 생각이 났는데요, 학교 곳곳에 포스터가 붙여져 있지만 한 번도 전화상담을 신청해본 적은 없어서 인터넷으로 번호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저는 전화를 걸었습니다.

 

 

연결음이 끊기고 곧이여 상담 선생님께서 저에게 무엇을 상담하고 싶은지 존댓말로 물어봐 주셨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고민 상담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고 선생님께서는 제 이야기에 공감해주시면서 천천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습니다.  말을 하다가 너무 서러워서 중간에 울기도 했지만, 선생님은 저를 끝까지 기다려 주셨고 어머니께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하는 것, 반장이라고 다 짊어지려고 하지 않는 것, 반장으로서 친구를 사귀어야 한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말고 정말 친구대 친구로써 다가가라는 등 저에게 너무나도 따뜻하고 용기가 되는 조언을 해주셔서 당시에 선생님께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 이후에는 저는 어머니랑 화해했으며 반장의 부담감이 훨씬 덜어져서인지 아침밥도 든든하게 먹고 등교를 할 수 있는 놀라운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사이버 상담센터'가 저처럼 힘든 시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빛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저는 저의 친한 친구들에게 혹시 너무 힘들거나 친한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민 같은 것이 있으면 꼭 1388에 전화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한동안 홍보(?)를 하고 다녔습니다.

 

이렇게 인생 처음으로 겪어본 극심하게 힘들었던 나날들을 극복한 다음에 저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나 혼자 끙끙 앓는 거는 자신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이 위험한 행동은 어쩌면 자신 스스로를 바닥 끝까지 깎아내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힘들고 마음 아프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저는 티를 최대한 안 내려고 밖에서는 활발하게 행동했지만 어쩌면 누군가는 저를 보았을 때 제 속마음이 사실 그렇지 않다는걸, 지금 매우 힘들다는 것을 눈치챘을 수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지금 많이 힘든 상황을 겪고 계신다면, 그리고 그걸 부모님께도 단짝친구에게도 말하기 힘들다면 꼭 1388에 한번 전화를 해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항상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담 선생님께서 24시간 대기하고 계시니 혹여나 나중에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이 번호를 꼭 기억하셔서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여 다시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생활로 속히 돌아오시기를 다시 한번 희망합니다.

 

각주

1.(참고: 코로나19시대, 청소년은 우울하다 [이범석의 교육 트렌드] http://naver.me/GeWiO0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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