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우의 예술 칼럼]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말해주는 것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자연스레 스페인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작품이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었다. 작품 자체의 예술성도 뛰어났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좋아 이 작품을 꼭 소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는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시대의 궁정화가였던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대표작인 <시녀들>이 전시되어있다. 1599년 세비아에서 태어난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24세의 나이에 궁정화가가 되어 국왕 펠리페 4세의 수많은 초상화를 그리면서 활동했다. 1

 

<시녀들>은 독특하게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초상화이다. 거울과 인물들의 위치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주제 의식을 나타내고 있는 이 작품은 그림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측면에 집중하게한다.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이 그림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그림의 중심에 있는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게리타 공주이다. 멀리서 떨어져 이 작품을 바라보면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빛이 마르게리타의 얼굴을 비추며 그녀의 얼굴도 빛이 들어오는 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마르게리타 공주에게 집중하게 된다.

 

두 번째 주인공은 가장 좌측에 위치한 디에고 벨라스케스이다. 화가가 작품에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거의 없던 당시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화가가 직접 그림 속에 등장한다. <시녀들>의 배경 뒤쪽에는 두 작품이 걸려있다. 왼쪽 작품은 루벤스의 <아라크네를 벌주는 팔라스 아테나>이며 오른쪽 작품은 요르단스의 <아폴로와 판>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신에게 도전했다가 벌을 받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라크네는 아테나와 베짜기를 겨루고 판은 아폴로와 음악 경연을 벌인다. 두 개의 그림들은 벨라스케스의 예술에 대한 생각과 의지를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17세기 그림은 시나 음악처럼 예술로서 대접받지 못했으며 화가는 예술가가 아닌 기술자의 취급을 받았다. 벨라스케스는 신에게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걸어두고 캔버스 앞에 서서 우리를 바라본다. 마치 자신이 신 앞에서 그림을 통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라는 듯이 말이다.

 

여러 가지의 해석이 존재하고 다양한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벨라스케스의 이 그림은 다른 화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파블로 피카소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시녀들>을 본 후 이 그림이 자신의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했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동일한 이름으로 58개의 작품을 그려냈다.살바도르 달리 역시 이 그림을 보고 감명받아 인물을 숫자로 나타낸 재치있는 모방작을 그려냈다. 20대에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려면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스페인의 미술은 후대의 화가들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삶의 영감을 주고 있으며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그러한 스페인 미술의 중심에 서있다.

 

각주

1. 참고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67349&cid=44533&categoryId=44533

2. 참고 : https://woman.donga.com/3/search/12/149211/1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