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인터넷신문

대항해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주경철의 '대항해 시대'를 읽고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아버지가 책을 놓던 책장에서 꺼내 본 것으로, 중학생 때 지금까지 너무 두껍거나 어려운 책은 읽지 않았으나 이젠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꺼내서 본 것이었다. 그랬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생각보다 훨씬 잘 읽히는 것이었다.

 

내가 이전부터 역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정말로 재미있었다. 아마 어렵고 딱딱한 일들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여러 가지 재미있고 역사적으로도 크나 큰 의의가 있는 사건들을 명쾌하고 흥미롭게 제시하며 이로부터 탁월한 결론을 명쾌하게 냄으로서 독자에게 지식적으로도 감상적으로도 강렬한 흥미를 제공했기 때문에, 내가 이토록 재미를 느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그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역사관에도 큰 영향을 받았는데, 그 때까지 나는 대항해시대가 유럽인들이 신항로를 개척하여 전세계로 뻗어나가 식민지를 개척함으로서 전 세계를 이어줌으로서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 문화 등으로 통합되는 세계화와 기술력이 부족하고 문명이 덜 발달한 나라의 자원을 싼 값에 사거나 빼앗아 본국에서 물건을 만들고, 그 물건들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해 다른 나라를 무차별적으로 침공하는 제국주의의 시발점이 된 시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복당하고 무역에 참여하게 된 비유럽인들, 즉, 아프리카,아시아,아메리카,오세아니아 사람들은 그때까지 자신들과 자신들 주변의 일부밖에 몰랐으나 유럽인들 덕에 전 세계를 알게 되었고, 문명도가 유럽인들보다 현저히 낮았기에 이들에게 무력하게 점령당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 나는 이러한 사람들 사이에 흔히 포용되는 개념들이 상당수가 와전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선, 유럽인들이 세계를 이어준 것은 과장된 것이었다. 이미 인도, 중국, 오스만 제국 등 수많은 나라들이 이미 욱지와 바다를 통해 활발한 교역을 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이미 서로의 존재를 일지감치 인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신라 시대에도 아리비아의 상인들이 교역을 했고, 조선 태종 시기에 제작했다고 알려진 세계지도<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 보면 아프리카와 유럽 등이 그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정확하게 나와 있다. 즉, 유럽이 진출하기 전에도 이미 수많은 교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의 유럽인의 세계 진출은 수많은 우연과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지, 결코 강한 기술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정복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은 기적에 가까웠다. 사실 콜럼버스는 지구의 크기를 실제보다 훨씬 작은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지구의 크기상 아메리카 대륙이 없다면 콜럼버스는 아무 소득 없이 돌아오거나 바다에서 굶어 죽었을 것이었으므로, 아메리카 발견은 역사에 다시 없을 행운이었다. 또 이들은 항상 압도적으로 이긴 것도 아니었다. 1578년 포르투갈이 모로코를 정복하기 위해 왕인 세바스티안 국왕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싸웠으나 대패해 전사하자 에스파냐가 포르투갈을 60년 동안 합병한 일이 대표적이다. 문명 역시 명나라의 정화가 대선단을 이끌고 아프리카까지 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때는 유럽이 특출나게 발전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이 시대는 결코 낭만이 없다는 것이었다. 선원들은 돈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했는데, 실제로 폭풍우,해적,반란,전쟁등으로 인하여 배가 무사히 돌아올 확률은 매우 낮았다. 또 식민지 개척을 위해 원주민과의 싸움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밖에도 이 책은 대항해시대로 인한 문화, 생활, 환경, 종교 등의 변화에 대해서도 상세히 서술하고 있었다.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느낀 것은 그 시대는 정말 파란만장한 시기였다는 것이었다. 온갖 시행착오를 거쳤으며, 온갖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으며, 교역과 식민지를 위해 온갖 다툼과 전쟁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한편으론 나는 유럽인들이 이 시대에서 확실히 온갖 시행착오를 겪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들이 산업 혁명과 시민혁명을 거침으로서 제국주의의 시대가 열리기까지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싸움과 기술에서 밀리기도 했지만, 결국 이들은 기술을 발전시켰고, 신무기를 만들며 싸움에서도 이기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제대로 된 기관총을 쓴 전투인 1898년의 옵두르만 전투에서 5시간 정도 전투를 하자 영국군은 20명이 죽었는데 수단군은 만 명이나 죽고 만다. 이로부터 20년 후,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하고 신항로 개척의 원인이었던 오스만 제국은 제 1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해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국이 되었으며, 이 외의 비유럽 국가들은 서양처럼 되는 근대화를 해서 어떻게든 살아남거나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유럽은 오랫동안 고전했지만 결국 문무(文武)양쪽에서 완승을 거두는 데 성공하였다. 싸움에서 여러 번 패배했어도, 이들은 끝내 조금씩 땅을 하나하나 차지하였고, 기술은 밀리기도 했으나 조금씩 받아들이고 연구하며 발전하더니 산업 혁명으로 기세를 뒤집는 데 성공하였다. 즉, 대항해시대는 유럽인들이 전 세계로 진출하기 시작하며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기술 등을 발전시킴으로서 전 세계를 지배할 준비 단계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면엔, 노예무역, 전쟁, 해적, 학살 등 각종 잔혹한 일들이 있었기도 하였다. 또 유럽인의 진출은 다른 곳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쓸 만한 것이라면 뭐든지 가져오고, 점령할 수 있다면은 뭐든지 점령하였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불사하였다. 전 세계를 새로운 의미로 하나로 만든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전세계의 여러 문화,사회,종교,생태계 등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들로 인하여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다. 외부의 것으로 교체되거나, 외부의 것과 융합되거나, 외부의 것을 물리치기 위하여 더더욱 교조화되는 일도 일어났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기반을 잘 살펴보면 제국주의 시대가 있고, 제국주의 시대의 기반에는 대항해시대가 있다. 어찌보면 대항해시대는 세계화와 현대 시대의 기반인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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