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서의 독서 칼럼] 섬김의 리더십

김병일의 ‘퇴계처럼’ 중 ‘퇴계를 만든 여인들’을 읽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힘, 그것은 바로 리더십이다. 지금 시대에서도 인성에 리더십과 지혜가 깃든 사람을 찾긴 쉽지 않다. 나도 리더십이 뛰어나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조선에서 이런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사람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사람은 바로 퇴계이황이다.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리더십을 기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생각에 호기심을 갖게 된 책이다.

 

 

퇴계는 물론 퇴계이황의 아버지도 매우 훌륭하셨다. 퇴계이황의 아버지 이식은 아랫사람을 엄하게 대하면서도 은혜를 베풀어 스스로 신뢰하도록 하였는데 이 점을 보면 그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다. ‘퇴계를 만든 여인들’이라는 이 책의 소제목을 보게 된다면 퇴계가 사랑한 여인을 만나 그 사람 덕분에 큰 인물이 되었다는 걸로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그 여인들은 다름 아닌 퇴계의 어머니와 동안학발의 할머니 영양 김 씨였다.

 

먼저 그의 어머니 춘천박씨를 보면 일찍 남편을 잃고 7남매를 혼자 키워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누구보다도 모범적인 삶을 보여주는 참교육자였다. 지금도 한 교육자가 한 두 명도 아닌 일곱 명의 자식, 심지어 두 명은 자신의 자식이 아닌 아이들을 데리고 이런 뛰어난 인격과 책임감으로 집안을 이끌어 나갔을지, 나라면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좌절했을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문예에만 치중하지 말고 몸가짐과 행실을 삼가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거라”라고 말했다. 이는 오늘날 일등, 최고에만 관심을 갖는 부모들이 귀기울여들어야 하는 말이다. 이런 어머니의 말씀을 어렸을 때부터 들으면서 큰 덕분에 퇴계는 학문에서나 인격에서나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퇴계가 훌륭한 인격을 갖게 되기까지는 오직 어머니의 영향만이 있지는 않다. 그의 할머니인 동안학발의 할머니 영양 김 씨는 그의 남편과 살면서 선비의 지조와 절개,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자연스럽게 터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은 자연스럽게 그의 자식과 손자에게 흘러갔기에 할머니 역시 퇴계에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내가 과연 이런 형평의 가정에 있었다면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의존하며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었을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난한 환경과 많은 남매들, 아버지가 계시지 않은 환경에서도 어머니와 자신을 믿고 열심히 노력한 퇴계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런 여성들 때문인지 퇴계는 평소 ‘겸손’, ‘배려’, ‘희생정신’을 실천하였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섬김의 마음으로 리더십을 실천했다.

 

우리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리더십을 위하여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할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퇴계처럼 ‘섬김’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이런 섬김은 겸손한 자세를 먼저 배우게 만들어서 진정한 존경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하여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란 많은 사람들의 고단한 삶도 끌어안을 수 있는 희생정신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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