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우의 독서 칼럼] 눈 먼 도시 속에서 찾는 연대의 가치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이 책은 사람들이 모두 눈이 멀게 된 사회에서 벌어진 비극을 생생히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해 각성을 하게 한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와 우리 사회와의 공통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백색 실명이라는 상황이 우리 사회에서는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또한, 생존의 위협 속에서 도덕이 작동하지 않는 눈먼 자들의 세계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다양한 가치를 좇으며 살아간다. 시력을 잃게 되는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의 각자의 숨겨졌던 인격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은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색안경을 쓴 여자와 노인은 시력을 잃음으로써 사람들의 편견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윤리성, 즉 타인을 돌볼 수 있는 선한 본성을 서로에게서 발견한다. 그에 비해, 대부분의 사람이 양심을 버리고 자신의 폭력적인 본성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이름이 등장하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주인공에게 익명성을 부여한 이유를 나는 누구나 의사의 아내와 같은 인물이 될 수도, 음식을 갈취하고 여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남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인간의 모습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법과 질서가 무너진 재난 상황 속에서 평범했던 의사의 아내는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다. “다른 사람들은 시력을 잃었는데 나는 내 시력을 잃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책임감.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거야.”1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은 의사 아내의 마음가짐과 다르지 않다. 시신을 닦아주는 행위, 억울하게 죽은 여성의 시신을 매장해주는 행위들을 보며 우리의 속에서 유발되는 감정이 우리가 서로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것이다. 과거 사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성을 중심으로 효율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그 사회에서는 찾지 못했던 돌봄의 가치가 여성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로의 상황에 깊이 공감하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책임감과 연대 의식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의사 아내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주며 우리가 왜 서로에게 의무를 지고 있는가에 대하여 제시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빈곤 문제를 들 수 있다.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인 빈곤 문제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눈먼 자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곤 문제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달리 행동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보는 것은 적극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내가 타인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자각에서 출발하는 이 과정은 누군가는 왜 가난한가, 누구는 왜 부유한가에 대한 원인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빈곤 문제의 원인은 누구 하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불평등한 구조에서 기인하여 아무리 노력을 해도 빈곤을 탈피하기 어려운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이 불평등에 대해, 세계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면 연대 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돕게 될 것이다.

 

“내가 다시 시력을 회복한다면, 나는 다른 사람의 눈을 주의 깊게 볼 거야.”2 우리는 눈을 뜨고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만을 돌보는 삶은 눈을 감은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거울 속 자신만의 모습을 보는 사회에서 우리는 돌봄의 윤리를 떠올린다. 개인주의는 앞만을 보고 달려가는 반면, 돌봄의 윤리는 주위를 살피며 시작된다. 우리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의무가 무엇인지를 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해냄 출판, 322페이지 인용)
2.(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해냄출판, 402페이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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