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옥의 시사 칼럼] 현장의 목소리, 학생이 말하는 블렌디드 러닝

경기 안양시 만들어가는 꿈의학교: 우리는 토론이 하고싶어서

 

                                                                                                                                        

코로나로 인해 블렌디드 러닝으로 진행한 1학기를 마치고, 어느덧 2학기를 앞두고 있다. 블렌디드 러닝으로 진행한 1학기는 선생님과 학생 모두 처음 겪어보는 수업 방식이었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블렌디드 러닝의 문제점은 학교마다 온라인 수업에 이용한 매체가 달랐던 만큼, 매체에 따른 문제의 양상이 모두 다르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또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는지 지금부터 낱낱이 파헤쳐 보겠다.

 

먼저, EBS 온라인 클래스나 위두랑과 같이 녹화된 영상을 보는 수업방식을 가진 매체에서 가장 부각되는 문제점은 학교 교사들의 저작권 문제였다.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해 보겠다. 학원에서 학생들의 아이디를 빌려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듣거나, 교사가 올려놓은 수업 프린트를 다운받아 시험 대비 문제집을 만드는 데 이용한다는 사례이다. 이 사례만 봐도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 교사들의 저작권이 상당히 훼손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저작권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공교육의 공정성까지 훼손하는 문제를 낳았다. 녹화된 영상을 보는 수업방식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교사들은 열심히 준비한 수업 영상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격차는 더 벌어지게 될 것이고, 기초교육이 부족한 학생들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줌과 같이 실시간으로 수업을 듣는 수업방식을 가진 매체는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있었다. 경기 꿈의 학교 '우리는 토론이 하고싶어서'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랬다. “우리 집은 세 자매이고, 모두 같은 방을 씁니다. 셋 중에 언니와 저는 실시간으로 수업을 하는데, 수업 중 선생님과 질의응답을 할 때 언니와 제 목소리가 겹쳐서 송출되는 때도 있었어요.”, “우리 집은 다자녀인데 모두 온라인 수업을 듣기에는 스마트 기기가 부족해요.”, “실시간으로 수업할 때, 집 배경이 보이는 게 싫어요.”, “수업을 듣는 와중에 가족들의 목소리가 같이 송출돼서 민망할 때가 있었어요.” 등의 난감하고 당혹스러운 사례들이 많이 있었다.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마땅한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인데, 실시간 수업이 이를 제대로 보호해 주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다.

 

온라인 수업의 공통되는 문제는 출결 문제였다.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수업을 듣는 학생들로서도 아파트 전체 정전이거나 인터넷이 갑자기 끊기는 등의 많은 변수가 있었다. 특히 온라인 수업을 듣는 사이트의 서버가 다운되는 문제는 다들 뉴스에서 익히 들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수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학생과 교사 모두 난감해진다. 이런 경우, 교사들은 학생들이 말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출석 인정으로 처리해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교사는 수업을 열심히 하고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도, 학생들이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고 한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 한, 블렌디드 러닝이 지속될 텐데 발견된 문제를 방치한다면 문제는 문제를 낳아, 나중에는 손쓰기도 힘들 정도의 큰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발견된 문제만이라도 바로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말하는 블렌디드 러닝의 개선방안은 이렇다. 첫 번째, 교사들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반한 학원 등의 단체나 개인에게 엄격한 법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교사가 만든 수업 영상물을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두 번째, 녹화된 영상이라도 정해진 시간에만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교사들의 저작권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고, 공교육의 공정성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출결 관리를 더 세심하게 진행해야 한다. 출결 관리는 학교마다 학급마다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체계적으로 출결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통일된 방법으로 출결 관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이를 통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 학업 능력이 뒤처진 학생들을 이끌어주는 것이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갑작스러운 코로나의 상황에 새롭게 도입된 ‘블렌디드 러닝’은 모두에게 생소했고, 어색했고, 문제도 많았다. 어쩌면 이런 상황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시행착오의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발견된 문제를 바로 잡지 않고, 새로운 학기를 시작한다면 악순환의 반복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새로운 학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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