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의 KPOP 칼럼] 언론사와 엔터테인먼트

언론사와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와 그 사이에 놓인 팬들,
언론사의 보도에 반응하는 팬들을 모니터하는 엔터테인먼트.

연예계는 갑을 관계가 뚜렷하다. 특히나 언론사와 엔터테인먼트(이하 엔터)가 그렇다. 언론사가 독보적 갑, 엔터는 을일 수밖에 없다. 엔터는 언론사를 통해 자신들의 아티스트를 홍보할 수 있고, 기업 이미지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엔터가 돌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언론사이다. 이러한 언론사가 아이돌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기사를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 나는 절대 엔터가 언론사를 고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언론사를 고소해버린다면 기사를 써주지 않거나, 부정적인 기사를 낼 수 있다. 특히나 조회 수로 수익 창출이 되는 형식인 웹 기사의 경우, 보다 더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엔터에 불이익이 생긴다.

 

언론사와 엔터의 이야기를 하며 꼭 디스패치를 언급하고 싶다. 디스패치는 많은 언론사 중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파급력이 강한 언론사이다. 디스패치는 주로 연예 관련 기사를 배포하며, 2013년부터는 매년 11일에 열애설을 올리기 시작했다(그렇다고 11일에만 올리는 것은 아니다). 팬들은 자신의 아이돌에 대한 기사는 물론, 열애설에도 관심이 많기에, 디스패치를 모르는 아이돌 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디스패치를 좋아하는 팬들은 드물다. 팬들은 아이돌의 인권을 보호하는 자원봉사자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아이돌의 인권 보호를 중요시하므로, 그들에게 아이돌의 사생활을 터는 디스패치가 곱게만 보일 리 없다.

 

 

어느 팬들은 디스패치에게 사생활 침해, 혹은 아티스트 명예 훼손 등을 근거 삼아 엔터가 디스패치를 고소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상황을 다시 곱씹어보면, 디스패치가 팬덤에 미치는 영향력이 실감된다. 팬들이 디스패치의 기사에 큰 관심이 있고, 또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것이다. 엔터는 항상 팬들의 반응을 모니터하여 이 영향력을 누구보다 생생히 느낄 텐데, 과연 그 대단한 영향력을 자신들의 손으로 내칠 수 있을까? 팬들에겐 미안한 말일지 모르겠으나, 저 발언은 생각이 짧았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법무팀에서 고소가 결정되어도, 그것은 언론사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이미지나 기업 이미지, 혹은 팬들에게 큰 영향을 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개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디스패치를 싫어하는 팬들이 많을까? 원래 기자가 하는 일이 정보를 캐서 퍼뜨리는 것인데 그걸 제일 잘하는 게 디스패치 아닐까? 디스패치가 보도하는 내용들이 대부분 연예 분야라서 그렇지, 그 정보가 공기업의 부조리였다면 이미 대중들은 디스패치의 정보력을 칭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돌이 관련된 사건이 일어나고, 그에 대한 기사가 났을 경우 팬들은 기사를 접한 뒤 소속사에게 공식 입장을 요구한다. 그 기사가 오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경우로 언론사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여 기사로 대신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소속사가 공식 입장을 SNS에 업로드 한다. 기사는 믿지 않고 공식 입장은 그대로 믿는 팬들이 많다. 그런데 팬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결국 엔터에서 직접 낸 공식 입장도 숨길 거 다 숨긴, 편집되고 다듬어진 글이라는 것이다. 별 말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이것을 잊은 팬들이 많아서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팬들이 기사를 대하는 자세는 칭찬하고 싶다. 기사의 사실성을 의심하는 자세는 기자들에게 사실성의 중요도를 상기시키는 효과를 주게 되어 기사들의 사실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심들의 이유를 묻고 싶다. 그 이유가 거짓을 사실로 오해하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이었으면 한다. 그 이유가, 만일 오보일 경우 그로 인한 아이돌의 대중적 이미지 훼손을 걱정하는 것인지, 혹은 팬 자신이 그리던 아이돌의 이미지가 무너짐에 따른 현실과의 괴리감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연예계 관련 정보는 믿기 전에 항상 의심하고, 특히나 요즘은 사진도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기 때문에 증거가 나오더라도 100% 신뢰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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