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민의 시사 칼럼] 성범죄자 가두는 사이버 속 감옥, 디지털교도소

교도소라 해서 현실 속 눈에 보이는 감옥을 생각했는가?  이제는 인터넷 세계 속의 교도소도 등장했다. 바로 디지털 교도소다. 하지만 이곳도 수감하고자 하는 대상은 같다.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큰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다. 이들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또 어떤 목적으로, 이 디지털 교도소에 가둔 걸까. 또 최근 디지털 교도소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디지털 교도소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필자가 직접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에 들어가보았는데, 이곳을 '성범죄자/사이코패스 신상정보 알림이' 라고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참고: https://nbunbang.ru/)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이곳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성범죄자들, 또 아직 처벌되지 않은 잔혹범죄자들까지 가두는 곳이다. 여기서 '가둔다' 라는 말은 사실 박제된다, 즉 '신상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이름, 나이, 얼굴사진, 연락처, 개인 SNS, 출생지 등 주요 개인정보를 이 교도소에 올림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다. 현재는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텔레그렘 n번방 운영자 조주빈을 비롯한 유명 사건의 범죄자들의 개인정보도 모두 공개되어 있다. 또한 일부 피고인들의 재판 날짜도 공개되어 있으며 수배게시판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제보받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2020년 6월 등장한 이 디지털 교도소. 이것이 등장한 시점을 눈여겨보면 그 설립 목적이 보인다. 위에 잠깐 언급했듯 손정우, 조주빈 등의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내리던 시기다. 텔레그램 n번방에서 여성 미성년자(아동)를 대상으로 성착취를 자행한 조주빈, 그리고 이에 동참하고 방관한 26만명의 사람들에 충격이 큰 상황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다크넷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인 손정우에 대해서는 미국 송환이 불허하다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참고: http://enews.imbc.com/News/RetrieveNewsInfo/289537)

 

 

대대적인 성범죄 사건에 국민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겪었다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여기서 약간의 궁금증이 생긴다. 멀쩡한 현실의 교도소를 두고 디지털 교도소를 만드는, 이러한 극단적 방법까지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왜 한 개인이 나서게 된 것일까. 이때 손정우의 형벌에 다시 주목해 보자. 세계 최대 아동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했고 매우 잔혹한 형태의 아동성착취를 한 그가 1년 6개월이라는, 터무니없는 형량을 받았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그 비합리성도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에서는 웰컴 투 비디오에서 아동성착취물 한 건을 내려받은 사람이 무려 5년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과거 배가 고파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에게 손정우의 형량과 동일한 1년 6개월을 선고한 적이 있다. (인용: https://www.yna.co.kr/view/AKR20200707000800072?input=1195m)

 

이러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형량을 내린 것은 바로 대한민국 사법부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각종 성범죄에 대해 처벌할 때 처벌 수위가 매우 낮다. 이런 이유에는 황당한 감형 사유가 작용한다 .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서 (반성문을 제출해서)' , '아직 초범이라서' , '피해자랑 합의를 해서' , '술을 마셔서' , '부양가족이 있어서' 등의 사유로 성범죄자들의 처벌 수위는 큰 폭으로 낮아진다. 손정우의 경우에도 2심 재판 직전 혼인신고를 하면서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감형이 되었다. 이 혼인이 순수한 사랑의 결실인지, 아니면 감형을 위한 전략인지는 알 바가 없지만,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참고: https://news.joins.com/article/23841321)

 

성범죄자들에 대한 관대함과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은 판결이 이렇듯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된 것이다. 과거부터 반복되온 이러한 행각은 결국 대대적인 성범죄 사건들을 낳았고, 수많은 범죄자들을 양산했다. 그 심각성을 깨달은 사람들이 이 디지털 교도소를 만듦으로써 범죄자들에 대한 강한 처벌을 촉구하고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어쩌면 디지털 교도소 설립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물리적인 수단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디지털 교도소 설립의 근본적인 원인은 성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 정작 보호해야 할 국민은 성범죄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못한 사회를 만든 사람들에 있다.

 

 

하지만 사이버 교도소가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얼마 전 디지털 교도소에서 이름만 같은 다른 이를 성범죄자라며 게시, 신상정보를 공유하면서 문제가 되었다. (참고: https://bit.ly/3inTakn) 디지털 교도소 측에서는 바로 삭제했지만 이렇듯 사실관계를 개인이 정확하게 알기에는 무리가 있어 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 디지털 교도소는 신상정보를 온라인상에서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그 피해 규모도 클 것이다. 아무리 범죄자지만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화번호, SNS 계정, 거주지 등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지적이 많다.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부분은 디지털교도소의 분명한 한계이지만, 과거 '배드파더스' 웹사이트의 사례를 보면 그 한계점을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안 한국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감형이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성범죄 사건은 증가하는 추세다. 사법부를 두고서 '사법부도 공범이다' 라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여성들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보다 가해자에 대한 보호를 우선시하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나라 내부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이 크다.  '이 정도는 괜찮아, 네가 넘어가야지' 같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범죄라는 범죄의 특성상 그 피해자의 후유증과 고통은 매우 크다. 성범죄자도 그에 맞는 합당한 수준의 형량을 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신상정보 공개가 불법행위임은 맞지만, 디지털교도소가 생겨난 이유를 더 들여다보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먼저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법부도 논란을 가중하는 감형을 남발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판결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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