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영의 정치 칼럼]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권리

2020년부터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이가 만 18세 이상으로 개정되면서 최초의 청소년 유권자가 탄생했다. 4월 15일 생애 첫 선거에 참여한 청소년들도 있겠지만, 참여하지 않은 청소년들도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인 참정권. 현대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레 자신의 소중한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선거권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이 선거권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선거권을 얻기 위한 수많은 사람의 노력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선거일에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참정권을 의무이자 권리로 여겨야 하는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차티스트 운동과 여성참정권 운동이 있다. 

 

차티스트 운동은 19세기 노동자층이 주도한 운동이다. 근대 시민혁명 이후로 절대왕정이 붕괴되고 시민계급도 선거권을 부여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선거권을 부여받은 시민계급은 소수의 부르주아뿐이었다. 여전히 대다수의 시민계급은 자신의 대표를 스스로 뽑을 권리가 없었다. 이에 노동자들은 인민헌장을 작성하여 의회의 개혁과 성인 남자의 보통선거권을 요구하는 차티스트 운동을 1938년부터 1948년까지 약 10년 동안 진행했다. 정부의 가혹한 탄압으로 인해 차티스트 운동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로부터 약 20년 뒤인 1867년에 마침내 노동자들이 선거권을 얻는다. 차티스트 운동은 차등선거라는 불공정에 대항하여 노동자들이 진행한 대규모의 운동이라는 점과 개혁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45461&cid=40942&categoryId=31848)

 

소수의 특권층만 누릴 수 있던 권리를 노동자들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가 아는 보통 선거가 확립되었던 것일까? 차티스트 운동으로 확립된 것은 ‘성인 남자의 보통 선거권’이다. 여전히 여성들은 선거에 참여할 수 없었다. 1893년 뉴질랜드 성인 여성들은 약 3만 2천 명의 서명의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세계 최초로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 할 수 있게 되었다. 1913년 영국에서는 한 여성이 여성에게 투표권을 달라는 외침과 함께 경기가 진행 중인 경마장으로 뛰어들었다. 이에 1918년에는 30세 이상 모든 여성에게 참정권을 인정하였으며 1928년에는 21세 이상 모든 여성으로 연령이 조정되었다. 이후 수많은 여성의 끝없는 노력의 결과로, 세계 각지의 여러 나라는 19세기 후반에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였다. (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449071&cid=51633&categoryId=51633)

 

 

우리는 선거권이란 누구든지 태어나면 자동으로 얻게 된 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자와 여성들은 그 당연한 권리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면서까지 운동에 참여하였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행했기 때문에 우리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모두 선거권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의 많은 사람의 노고로 우리는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선거일을 단순히 공휴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참정권을 얻기 위해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투쟁했던 과거의 노동자들과 여성들의 공로를 돌이켜 생각해보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선거권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만 19세 이상부터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2020년부터는 만 18세 청소년들(4월 19일 이전 출생자)이 정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선거법 개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청소년 유권자의 탄생이 갖는 큰 의의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함으로써 다양한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는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선거권이 청소년들에게 확대됨으로써 더 다양한 세대의 입장을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다. 또한, 청소년들은 직접 선거권을 행사하는 경험을 통해 다소 어렵게만 느껴졌던 정치에 대한 편견을 부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청소년들도 자신의 투표권 행사가 미치는 결과를 통해 자신이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며 더 적극적으로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로써, 소수의 엘리트가 하는 정치가 아니라 다수에 의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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