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희 IT 칼럼] 당신의 컴퓨터 성능을 깎아 먹는 주범, 알고보니 보안프로그램?

은행들의 보안책임 떠넘기기

컴퓨터를 하다 보면, 누구든 어느 순간 자신의 컴퓨터가 느려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컴퓨터가 느려진다고 생각하면서 컴퓨터를 하루 빨리 바꾸고 싶어 한다. 하지만 컴퓨터를 느리게 하는 주범은 바로 우리 가까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보안프로그램이다.

 

보안프로그램은 우리가 민원24에서 공문서를 발급할 때나 은행에서 은행 업무를 처리할 때 내려받는다. 은행마다 다른 보안프로그램을 깔다 보면, 어느샌가 내 컴퓨터에 수십 개의 보안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글쓴이가 조사를 위해 두 군데의 은행과 민원24를 방문한 후 보안프로그램을 확인한 결과 총 11개가 설치될 정도로 요구하는 보안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하며 그 수도 많았다.

 

 

 

문제는, 이 보안프로그램이 컴퓨터를 느려지게 할뿐더러, 오히려 보안을 침해하기도 한다는 점에 있다. 컴퓨터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아도, 이 프로그램들이 컴퓨터 자원의 대부분을 차지해 정상적인 컴퓨터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인터넷뱅킹이나 나이스를 쓰면서 반강제로 설치하는 것이 보안프로그램인데, 이렇게 각종 문제를 일으키자 어떤 한 네티즌이 '구라 제거기'라는 보안프로그램을 한 번에 없애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보안프로그램에 원성이 자자하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이 보안프로그램은 윈도우만 실행이 가능하여 맥(Mac)이나 리눅스(Linux)에서는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공문서를 인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보안프로그램.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놀랍게도 해외에는 보안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은행이 거의 없었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선택하여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하게 하는 제도라 실질적으로는 내려받아서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보안프로그램을 강제적으로 내려받아 사용하게 만드는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보안프로그램 설치의 이유인 공인인증서를 철폐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이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공인인증서가 다른 보안 매체로 변경되어 보안프로그램을 내려받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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